제24회 삼성문예상 수상소감-소설 李益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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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나이 쉰을 앞두고 큰 상을 받고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섭니다.청년시절 문학에 대한 꿈을 키웠으나 생활인으로 지내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20년만에 묻어 두었던 연애편지를 펴보는 기분입니다.』 첫 장편 『삼십년보다 길었던 그 열흘』로 삼성문예상을 거머쥔 이부직(李釜稙.49)씨.
李씨가 대기업의 간부사원에서 작가로 변신하기까지의 삶은 한편의소설이다.
李씨는 경남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70년부터 84년까지15년을 금융기관과 대기업에서 근무했다.샐러리맨으로 재미있게 사는 것이 꿈이던 시절이다.
그러나 李씨는 오랜 해외근무에서 얻은 천식으로 직장을 그만둘수밖에 없었고 재산 마저 바닥날 지경에 빠졌다.절망에 빠진 李씨는 병을 고치기 위해 호주로 갔고 거기서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다시 직장엘 들어갔지만 이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표를 던지고 뭘할까 한동안 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그러다 거의 반사적으로 소설을 쓰게 됐지요.』 『삼십년…』은 스무살 때아이를 낳은 사실을 속이고 결혼한 50세의 주부가 남편과 사별하고 과거를 찾아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과거는 외면하고 싶어도 사라지지 않고 늘 그 곳에 있으며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잔잔하게 깔려 있다.주인공의 나이와 李씨의 나이가 같고 30년전의 과거를 더듬어 찾아 가는 과정이 李씨가 문학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인생유전과 비슷하다.
『투병생활중 방망이로 두드려 새하얗게 빨래된 내 자신의 모습을 문학을 빌려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李씨는 앞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나 바흐의 칸타타처럼 심정을 하염없이 다그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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