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는 매운탕 맛-조승연감독 남녀경기 패턴 비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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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남자농구가 매운탕이라면 여자농구는 프랑스요리다.』 삼성생명의 조승연(趙勝延)총감독이 남자농구와 여자농구의 차이를 요약한말이다. 거친 흐름,스피드,힘을 앞세운 남자농구는 관중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박력이 묘미.반면 여자농구는 오밀조밀하게 이뤄지는 부드럽고 섬세한 플레이가 매력이다.
남자농구에서는 프리 랜스(Free lance)라고 해서 사전에 패턴을 정하지 않고 선수들 스스로가 상황에 따라 이뤄내는 플레이에 비중을 많이 둔다.
반면 여자농구에서는 패턴 플레이가 선호되며 남자농구에 비해 감독등 지도자의 역량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남자농구의 수비는 맨투맨이 주력이고 패턴을 구사할 때도 1-3-1,2-2-1등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포메이션이 많다.단순한 지역방어가 아니라 매치업을 가미,지역 프레스를 많이 한다.
반면 여자농구에서는 맨투맨에서도 바꿔맡기가 많고 지역방어도 2-3,3-2,박스 앤드 원 등 정통적인 레퍼토리가 많이 쓰인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가지 유형의 농구를 한 경기장에서 관전할 수 있는 한국 농구팬들은 분명 본고장 미국팬들보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운탕과 프랑스 요리를 한 식탁에 올려놓고 즐기기는 거북한 것처럼 남녀농구를 한 경기장에서 교대로 관전하기는 쉽지않다. 최근 국내 농구는 남자팀들이 인기를 독점하면서 여자농구가 급격히 쇠퇴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해 올겨울에는 인기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으나 94~95농구대잔치에서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으로 돌아갔음이 확인됐다.
10대 소녀팬들이 점령해버린 관중석은「언니」들의 플레이에 매우 냉담하다.남자농구가 프로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자농구를 이대로 방치하면 위험수위를 넘을지도 모른다.
이제 여자농구는「특별관리」가 필요할 때가 되었다.대한농구협회가「남자농구협회」가 아닌 이상 여자농구에 대한 무관심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독립법인화를 앞두고 있는 협회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레퍼토리의 다양성」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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