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경부운하, 추가 조사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첫째, 주운댐(운하 운영에 필요한 물 확보를 위해 건설하는 댐) 건설이 주변 농지와 하천에 지장을 줄 가능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평상시 주운댐 직하류(댐 바로 아래의 물 흐름) 수위는 주변 농지보다 낮지만 댐 직상류(댐으로 흘러들어오는 물 흐름)는 건설 전보다 높아질 수 있다. 만일 제방 안쪽(하천 반대쪽)에 있는 농지보다 수위가 높아지게 되면, 주운댐의 물이 제방과 지하수층을 통해 농지 표면으로 나오는 배수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배수가 안 되는 농지에서 작물이 자랄 수 없다. 한국 농지의 상당 부분은 대하천 주변의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주운수로(배가 다니는 물길) 건설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지면적이 상당할 수 있다. 댐 직상류와는 반대로 댐 직하류의 평수위는 댐 건설 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 그 영향으로 주변의 지하수위는 낮아지고 하천이 고갈돼 하천수 이용과 생태계 유지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하천의 평수위와 지하수위가 연결돼 있으므로 주운수로와 주운댐 건설은 유역의 지하수뿐 아니라 물 순환 체계 전반에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흡한 지하수 관측 체계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물 순환 체계 변화의 해석을 위해서는 현장자료의 수집이 선행돼야 한다.

둘째, 현장에 대한 지질조사가 필수적이다. 제시된 계획은 하상을 굴착해 수심을 확보하면서 골재를 채취해 판매한 대금으로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충당한다고 돼 있다. 하상의 재질은 구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팔당대교 구간처럼 암반이 노출된 구간도 있고, 낙동대교 구간처럼 모래하상 구간도 있다. 건설표준품셈에 따르면 물이 없는 하상에서 암반을 발파하는 단가(6500원/㎥)는 모래를 채취하는 단가(650원/㎥)의 열 배다. 한국 하천의 대부분은 상류에 다목적댐이 건설된 후 모래와 자갈의 유입이 줄어들었고 중하류에서 대규모로 골재가 채취되면서 하상이 낮아졌다. 만일, 하상에 쌓인 골재의 깊이가 굴착할 깊이보다 얕아 암반을 굴착해야 한다면 공사비는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정확한 공사비를 산출하기 위해 현장에 대한 지질조사는 필수적이다.

 셋째, 준설계획이 현실적으로 제시돼야 한다. 지구 기후변화로 한국에서도 홍수가 전에 비해 더 강하게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처럼 하상이 모래인 경우 홍수 발생에 따라 물길이 바뀌기도 한다. 넓은 물길 안에 주운수로를 건설한 다음 홍수가 발생하면, 물은 주운수로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모래와 함께 하천 전 구간으로 흐를 것이다. 홍수가 지나고 나면 하천의 모래는 상류에서 하류로 또는 수로 내부에 퇴적될 것이다. 주운 수심 확보를 위해 준설은 필수며, 준설 구간의 범위와 양은 선박운항 가능일수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준설계획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현장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건설 타당성 여부’ 토론에 앞서 배수문제 분석, 현장 지질조사, 주운수로 준설계획 검토 등 경제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 조사와 분석이 더 수행돼야 한다. 현장 조사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 결과에 승복하는 사례를 남겨야 한다. 이 같은 조사와 분석의 기회는 이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눈앞에 둔 국내 연구자와 기술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김승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개발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