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銀 손실 눈덩이-확산되는 국제금유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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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어링 금융그룹의 파산으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각국의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세계증시는 27일 일제히 폭락했으며 영국의 파운드화가 사상 최저치로 주 저앉는등 유럽의 통화위기가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일본증시가 27일 6백64포인트나 폭락하면서 베어링 증권의 손실액도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사고를 낸 베어링 증권의 닉 리슨은 효고(兵庫)縣 남부 지진이 일어난 1월17일께 싱가포르국제금융거래소(SIMEX)와 오사카(大阪)증권거 래소에서 2만~4만건의 닛케이(日經)주가지수 선물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지진 복구사업으로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오판한 것이다.그러나 그날 이후 일본 증시는 계속 하락세를거듭,한달만에 손실액수는 10억달러 가까이 불어났다.닉 리슨이4만건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하면 베어링 증권은 27일 하루에만 약2백65억엔 혹은 2억6천5백만달러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닛케이 지수가 10포인트씩 떨어질 때마다 4억엔 혹은 4백만달러씩 날아간다는 계산이다.영국은 재무장관이 직접 나서 베어링 증권 사태의 전말을 밝혀내기 위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지시하는등 사건의 수습을 위해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싱가포르 국제금융거래소는 27일 베어링의 회원자격을 정지시킨데 이어 일본증권업협 회와 홍콩증권거래소를 비롯한 각국 증권거래소도 즉각 베어링 증권의 거래와 영업을 중단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한편 시장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세계 증권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효고縣 남부 지진과 2개신용조합의 경영위기를 둘러싼 국내문제로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일본 증시는 이번 사건으로 한번 더 결 정타를 맞았다.유럽증시도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통화위기로 인해 불안감이해소되지 못하고 있다.결국 국제투자자금이 갈 곳은 미국 증시밖에 없다는 결론이다.대망의 4천포인트를 돌파했던 미국 증시는 베어링 증권의 파산 소식이 전해진 27일 23.17포인트가 떨어져 다시 3천포인트대로 주저앉았다.그러나 베어링 사태의 충격이 어느정도 해소되고 나면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국제투자자금이몰리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관계자들 사이에서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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