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비쇼베츠號 순항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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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졌다.그것도 일본에게.그런데도 분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왜일까.그것은 우리 올림픽팀 젊은 전사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달아나면 쫓아가고,달아나면 쫓아가고….우리 선수들은 일본의 대표1진 선수들과 맞서서 모처 럼 멋진 승부를 보여주었다.가모슈감독을 비롯한 일본선수단,그리고 일본의 축구팬들은 한국축구의 저력에 가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그런 우리 선수들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에서는 「고정운.홍명보를 투입했으면 이겼을 것을…」하는 아 쉬움을 갖는 팬들도 있는 것같다.하지만 나는 연장전 들어서 수차례의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내 그들을 기용하지 않는 비쇼베츠의 뚝심에 오히려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정운.홍명보의 기량에 의심을 갖는다는 얘기가 아니다.비쇼베츠는 끝까 지 그의 「마이 보이」들로 승부를보려했고 젊은 선수들의 위기관리능력을 키워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우승」이라는 홍당무에 현혹되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한 과정이라는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그 결과 그의 올림픽팀은 참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이로써 올림픽팀은 1단계의 평가전을 대충 치른 셈이다.호주대회.홍콩구정대회.다이너스티컵대회에서 3연속 준우승을 기록하는동안 올림픽팀은 선전을 거듭했다.
5월부터 시작되는 애틀랜타올림픽 예선뿐만 아니라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어디 그뿐이겠는가.올림픽팀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필자는 98년 프랑스월드컵은물론 우리가 유치하려는 2002년 월드컵에서의 선 전까지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지금 올림픽팀의 주전들은 2002년이면 28,29세가 돼서 축구선수로서 절정기에 이를 것이다.잘 자라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비쇼베츠는 이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지나친 자부심을 심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다분히 겉멋이 배어있는 수비때의 짧은 패스,지나치게 과감한 태클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점이었다.
어쨌든 몇가지 작은 구설수들에도 불구하고 비쇼베츠호는 기대이상으로 순항하고 있다.자질구레한 일들로 비쇼베츠호를 흔들지 말아달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대국적으로 「화끈하게」그의 팀을 밀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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