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컴퓨터라는 이름의 새 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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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3월1일자 뉴스위크 한국판은 『컴퓨터 세계의 미래』라는 대형특집을 싣고 있다.컴퓨터 혁명 제1기인 2000년대에 들어서면현재까지의 사회.문화.정치 체제는 전면적으로 재편되지 않을 수없다는 것이다.사람들의 생활은 컴퓨터와 통신 망이 연결되어 만드는 새 우주로 옮겨져 영위될 판이다.거기에선 현실공간이 주는제약이 사라지게 된다.
세계는 좁혀진다고 말하기 보다 원근(遠近)과 은현(隱顯)이란것이 아예 사라진다.아프리카의 정글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멀고또 가리워져 있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는 개념 같은 것이 없어진다는 얘기다.어디서 일어나는 일이건 개인용 컴 퓨터(PC)의 평평한 화면에 똑같이 비쳐지게 된다.그리고 아무도,아무 것도 숨길 수 없고 모든 감추어진 것,감추고 싶은 것이 다 드러나게된다. 일방적인 것은 있을 수 없게 된다.정보를 독점할 수 있는 길도 없어진다.PC와 인터넷의 연결은 정보의 분산을 초래하고,따라서 권력분산도 불가피해진다.관료적 독점은 컴퓨터의 「反체제」적 힘과 특성에 의해 불가능해지고 만다.권력분산을 기어이막고 싶은 독재자라면 자기 나라를 컴퓨터 암흑시대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개인은 남의 프라이버시와 나 자신의 프라이버시 사이의 심각한모순 속에 끼이게 된다.공동체가 여기에 대한 도덕이나 법률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가 「컴퓨터 세계」의 첫 질서가 될 것이다. 전쟁의 수행 양상도 지금과는 전혀 달라진다.수백리 떨어진 곳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컴퓨터의 명령을 듣는 로봇을 통해 할수 있게 된다.선거운동에는 깃발이나 현수막이 사라지고,투표는 집에 앉아서 컴퓨터로 하게 된다.
이런 시대가 오면 새로운 낙오자,새로운 빈민이 생긴다.정보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인류의 기존 정서와 질서의 파괴란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그러나 우주의 개벽이 그러했던 것처럼이제 컴퓨터 세계의 출현도 피할 수 없는 인류의 운명이다.이 새로운 운명을 잘 읽어 내 그 방책을 마련할 수 있는「새로운 점성술사」의 출현을 대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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