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흥국생명 12연승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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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기기 위해) 고생하는 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팀들이 좀 더 분발해야죠.”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황현주 감독은 “예전 삼성화재처럼 흥국생명 독주 때문에 배구가 재미없다는 말이 나온다”는 얘기에 목소리를 높였다.

 흥국생명은 23일 서울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4라운드 개막전에서 도로공사를 3-0으로 꺾고 12연승을 달렸다. 흥국생명은 개막전에서만 KT&G에 졌을 뿐 이후 연전연승이다. 12연승은 여자부 연승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인 11연승도 지난 시즌 자신들이 세웠다.

 이기는 데 익숙하다 보니 선수들은 늘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가 있다. 흥국생명의 에이스 김연경은 “득점왕을 한다는 것은 결국 공격을 많이 해야 한다는 얘기고 그러다 보면 몸이 상할 수 있으니 쉬엄쉬엄 하면서 최우수선수(MVP)나 노리겠다”고 농담을 건넬 정도다.

 자신감은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선수(이효희)나 신인(이보라·김혜진·우주리)에게서도 묻어난다. 자신감이 강한 전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흥국생명은 김연경(12점)과 황연주(9점)뿐만 아니라 전민정(14점)·김혜진(9점)에 외국인선수 마리(9점)까지 고른 득점력을 자랑했다. 상대팀으로서는 한두 선수만 막아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최근 여자팀 사이에서는 흥국생명전을 접고 다른 경기에 집중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15일 흥국생명전 때 에이스 한유미를 아예 출전시키지 않았다. 체력을 아껴 다음 경기에 ‘올인’하기 위해서였다. 계획은 맞아떨어져 현대건설은 20일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잡고 11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도로공사도 1세트 중반부터 에이스 한송이를 빼고 경기를 했다. 두말할 필요 없이 같은 이유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이래저래 이길 수밖에 없는 형세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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