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아일랜드 평화안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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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영국(英國)과 아일랜드는 22일 「기본문서」에 합의함으로써 北아일랜드사태의 평화해결을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양국은 지난 93년 12월 다우닝街선언에서 北아일랜드 자치,주민자결(自決)등 평화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이어서 지난해 9월 아일랜드공화군(IRA)이 테러활동을 중단하고,10월 신교도무장조직들도 이에 동조함으로써 평화정착 분위기가 고조돼 왔다.
이번 기본문서는 이같은 평화무드를 영구적 평화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합의는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평화정착을 위해선 넘어야 할 고비가 수없이 남아 있다.기본문서의 내용은 크게 셋으로나눌 수 있다.첫째로 北아일랜드 자치의회 구성과 통합행정기구 설립,둘째로 양국의 北아일랜드에 대한 통치권 포 기와 北아일랜드의 정치적 지위 및 자치권 인정,그리고 北아일랜드 평화를 발전시킬 양국간 협의체 구성이다.
문제는 합의내용을 갖고 신교도.가톨릭 양측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다.특히 다수 신교도측의 설득이 문제다.이들은 기본문서가 내용상 지난 74년의 양측간 권력분점안과 다를 바 없다고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실제로 기본문서는 소수세력인 가 톨릭을 배려,의회 의장자리를 보장하고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등 양 세력간 권력균형을 꾀하고 있다.신교도들은 이같은 합의가 궁극적으로 통일아일랜드의 출현을 돕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다.또 이들을 설득해 협상 테이블로 끌어온다 해도 의회와 행정기구가 어떤 권한을 가질지,그리고 현재 영국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北아일랜드에 앞으로 영국이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경제원조를 해줄것인지가 문제로 남는다.
하지만 이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는 그동안 피로 얼룩져온 北아일랜드에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지난 25년동안 희생자수는 3천2백명에 달한다.北아일랜드인들은 모처럼찾아온 평화의 기회를 잃는 愚를 범해선 안된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관용(寬容)의 해」다.北아일랜드의 평화정착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관용의 미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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