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북한의 核전략-새지도자 체면에 너무 집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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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10월 타결된 미국과의 핵합의에도 불구하고 최근들어 북한은 새로운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조건들을 둘러싸고 한국과 벌이는 해묵은 갈등의 일환이거나 미국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또 하나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각본으로 볼 수 있다.
사실 북한 공산정권은 한국으로부터의 경제협력 제의를 수락하기에는 민족간 공개경쟁이란 측면에서 너무도 취약한 입장에 있다.
하지만 한국은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협력과 경쟁의 연계를 바라고 있다.
핵무기 제조에 불리한 경수로 건설을 한 국측이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조건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한국측의 이러한 재정지원은 북한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지난해 타결된 북-미간 제네바합의를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합의에 대한 한국측의 조건은 한국의 물질적 협력 하에 노형(爐型)을 한국형으로 하라는 것이다.
북한정권은 북한주민들의 눈으로 보기에도 높아진 한국의 정치적위상이 초래할 결과와 한국측의 영향력 증대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과거와 같이 민간인 복장을 한 군사독재체제라는 평가를받고 있고,동서냉전적 대결구도가 한반도의 분단을 원하고 있다면북한으로서는 한국과의 민족적 경쟁을 두려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북한의 폐쇄적 고립정책이 전체주의 체제의 유지를 가능케해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한국에 대해 제한적이고 통제된 범위 내에서 개방을 한다하더라도 북한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북한은 지난16일 김정일(金正日)의 53회 생일을 계기로 새로운 「경애하는 지도자」에 대한 개인 우상화를 통해 그동안 불완전했던 김정일 후계체제를 공고히 하고 북한주민에 대한 통제를강화하고 있다.
이제 오로지 그만이 마치 위기의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난국을타개하는 해결사라도 되는 것처럼 위기에 처한 북-미 핵합의를 유효하게 할 수 있다.이렇게 함으로써 김정일은 한국측에 대해 커다란 체면상의 성공을 거두려 하고 있는 것인지 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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