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기아,완벽한 수비 승리 원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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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후반 12분,62-56에서 3점을 추가하는 왼쪽 45도 3점슛이 그물을 통과하는 순간 기아자동차의 허재(許載)는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내둘렀다.
제스처에 인색한 許의 포효는 기아의 승리를 1백% 보장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경기를 앞두고 기아의 최인선(崔仁善)감독은『어차피 뻔한 게임』이라며『누구를 막고 어떻게 해야 이긴다는 사실을 서로 잘 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다.
기아는 허재가 살아나야 했고 고려대는 현주엽(玄周燁)과 전희철(全喜哲)에게 의존해야 했다.누가 먼저 바스켓을 점령하고 상대의 길찾기를 방해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게임이었다.
기아의 허재는 이날 완벽한 플레이를 보여줬다.2차전에서 그토록 괴롭혔던 고려대의 수비숲을 헤집고 32득점을 기록한 반면 그를 마크한 양희승(梁熙勝)은 5파울아웃,김병철(金昞徹)은 4파울을 범했다.
고려대는 기아의 필사적인 골밑 수비를 부수는데 실패,결승문턱에서 울었다.공.수에 걸쳐 첨병노릇을 해야 할 현주엽은 15득점.9리바운드,전희철은 18득점.7리바운드를 올렸지만 승부처가된 전반10분쯤 공격의 힘과 파이팅이 부족했다.
기아가 가장 두려워한 玄-全 콤비의 예봉이 꺾인 고려대는 더이상 기아의 적수가 못됐다.
고려대의 침몰은 이날 가장 완벽에 가까웠던 기아의 수비에 막혔기 때문이다.기아는 전반10분까지 대인방어를 구사한 후 체력이 떨어지자 3-2지역방어로 전환했다.
이 수비는 센터들이 부수는게 공식이다.지역방어는 대체로 2~3회 돌파되면 포기하는 것이 상례.이 수비를 쉽게 부쉈다면 이날 승부도 달라졌을지 모르는 중요한 순간에 고려대는 가드 신기성(申基成)이 송도고 선배인 기아의 강동희(姜東熙 )에게 봉쇄돼 골밑으로 가는 패스길을 열지 못했다.
기아는 수비의 성공을 발판으로 17-13의 열세에서 반격을 개시,18분쯤 41-31로 리드함으로써 이날 승부의 분수령을 그었다.자신을 얻은 기아는 이후 고려대의 추격이 거세질 때마다지역방어를 하는 동안 세이브된 체력으로 대인방어 를 감행,점수차를 벌리고 점수차가 벌어지면 지역방어와 지공으로 고려대를 맥빠지게 만들었다.
고려대는 탈락했지만 전통적인 힘과 패기에 세기가 결합된 농구로 매게임 인상적인 경기를 펼침으로써 많은 농구팬들에게 어필했다.그러나 고려대가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경험이 필요했다.
許珍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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