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세체제 출범-의미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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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LG그룹이 창업3세인 구본무(具本茂)회장체제를 정식 출범시킴으로써 경영.인사등 여러면에서 새바람이 일고 있다.국내 3대 대그룹기업인 LG의 이같은 세대교체와 경영개편 바람은 앞으로 LG는 물론 다른 그룹의 경영행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LG그룹과 신임 具회장의 기업경영 역점을 되돌아보고 앞날을 조명해본다.
[편집자註] 구본무(具本茂)신임회장을 맞은 LG그룹은 새로운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동시에 재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기력이 왕성할때 물려준다』는 경영권승계 방침을 本紙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구자경(具滋暻)명예회장은 이날 맏아들에게 회장직을 넘겨줌으로써 주요 대기업그룹 가운데 첫「무고(無故)승계」를 이뤄 한국 기업사에 새 지평(地平)을 열게됐 다.
그동안 경영권이 승계된 대부분의 대기업그룹들이 오너인 「선대(先代)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후계자가 졸지에 회장직을 떠맡아 초기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같은 관행을 깨게 돼 바람직스럽다는 평가다.
LG는 또 10大그룹안에서 처음 3世경영체제를 맞아 48년 성상(星霜)을 쌓아온 기업경영의「관록」도 내보인 셈이다.
창업 2세인 具명예회장은 70년 당시 매출 2백60억원 규모였던 LG그룹을 맡아 94년 37조5천억원 수준의 재계 3위 그룹으로 키워냈다.
이같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3세체제 공식출범과 함께 창업 1,2세대의 원로 경영진들도 대거 동반퇴진,최고경영진 구성면에서 한층 젊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무한경쟁시대에 그룹의 변신을 위해 기꺼이 물러나기로 결의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具명예회장이 이번에 물러나면서「사장 63세,회장 65세(그룹회장 제외)정년(停年)」제도를 가시화,그룹장래에「물이 고이지 않게」장치를 해두어 탄탄한 앞길을 보장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그룹 임직원들은 세계화 시대의 파고를 헤쳐나갈「LG號」의 새선장에 기대가 크다.
임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고 능력주의.발탁주의등 진취적인 인사제도를 바탕으로 그룹의 전통적 미덕인 인화(人和)를 가미한 경영이념을 발휘하는 것이 具회장의 우선 과제다.
具씨 일가와「영원한 사업 동반자」인 許씨 일가등 친인척 경영체질을 그런 조화의 맥락으로 풀어가는 문제,선대회장보다 좀 더공격적인 경영을 펴야하는 부담도 있다.
특히 해외진출.신규사업 확대.북방 진출등 21세기 판도를 좌우할 대변혁기에 요구되는 강한 리더십의 구축도 필요하다.
具회장은 이같은 제2,제3의 도약을 이루는 과업을 지난해말 승진한 이헌조(李憲祖.LG전자)회장.변규칠(卞圭七.회장실)부회장등 그룹안에 고루 포진해 있는 전문경영인의 보좌를 받으며 추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李重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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