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잔치>SBS 정재근 투혼 외로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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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창은 부러지고 화살은 다했으나 불굴의 투혼은 마지막까지 뜨겁게 타올랐다.
92년 3월11일 창단,만 세돌을 맞이하는 SBS의 간판스타정재근(鄭再根.26).
鄭은 20일 올림픽 제1체육관에서 벌어진 94~95농구대잔치플레이오프 2라운드 3차전에서 봇물같은 삼성전자의 대공세에 홀로 맞서 외롭고도 처절한 파이팅을 펼쳐보였다.
결승진출 여부가 걸린 이날 격전에서 SBS가 92-64로 패해 창단이후 첫 왕좌 도전의 기회를 내년으로 미뤘지만 정재근은이날 22득점.6리바운드를 올리며 마지막까지 팀의 희망을 지켰다.92~93시즌 이후 2년만에 결승고지에 오른 삼성의 행로는정재근이 지키는 SBS의 최후 저지선을 돌파하느라 마지막까지 고달펐다.
1m93㎝의 어중간한 키,언제나 힘에 벅찬듯 왼쪽으로 기운 고개.그러나 연세대 재학시절 부동의 기둥센터로 군림하며 문경은(文景垠).오성식(吳成植)을 거느리고 「독수리 신화」를 열기 시작한 장본인이다.
정재근은 SBS입단 이후 파워 포워드로 전업,긴 슛거리와 힘찬 골밑 공격력을 발휘해 센터.파워 포워드 두 부문에서 모두 국가대표로 선발됨으로써 가장 성공적인 포지션 이동 사례로 꼽힌다. 鄭의 성공은 센터에서 파워 포워드로 변신한 많은 선수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려대의 「에어맨」전희철(全喜哲.1m97㎝)을 비롯한 많은 후배들이 그의 성공에 고무돼 두려움 없는 변신의 길에 들어섰다.정재근은 체질적으로 농구를 하기에 매 우 불리한 조건을 타고 났다.
이 때문에 동료들보다 두배 이상 공을 들여 웜업을 해야 정상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다.남보다 많은 체력이 소모되는 약점에도불구하고 鄭은 SBS에서 가장 오랜시간 코트를 밟는 선수이고 가장 아름다운 슬램덩크를 구사한다.
SBS의 퇴장과 함께 농구팬들은 최고의 파워 포워드 한 선수가 내년을 기약하며 조용히 짐을 꾸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許珍碩기자〉 ◇플레이오프 2라운드 제5일째(20일.올림픽 제1체) ▲남자부 3차전 삼성전자 92 49-3343-31 64 SBS (2승1패) (1승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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