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社 합작 北韓개발은행 추진 외국자본 유치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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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홍콩 페레그린社와 첫 합작 투자은행을 만들게 된 것은경제 회생의 관건이 될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등의 대규모 개발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은 현재 자체 신용에 의해 외국 자본을 유치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외거래가 미미한데다 그동안 들여온 외국 차관도 제대로 갚지않아 대외 신용도는 이미 세계 꼴찌 수준에 이르러 있으며 김일성(金日成)사망 이후 정세 불안까지 겹쳐 누구도 선뜻 돈을 내주려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외자 유치를 하려면 신용있는 외국 금융기관과 손잡아 그 기관의 신용과 국제 금융 경험을 빌리는 것이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점에서 홍콩의 국제적 금융그룹인 페레그린은 규모.경험.
국제신용도로 보나 북한의 우방인 중국도 직접 출자하고 있다는 사실로 보나 최적의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페레그린 외에도 상당수의 외국 은행이나 기업들이 북한과의 합작에 관심을 보여왔었다.
그러나 북한의 외자 유치 관련 법규 정비가 워낙 덜 되어 있었고 북한이 제시하는 합작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대부분 무산됐다. 지난 89년에는 북한의 조선국제합영총회사가 조총련(朝總聯)과 절반씩 지분을 나눈 합작은행 형태의 조선합영은행을 설립하기는 했으나 해외에서는 일본과의 합작은행이라기 보다는 북한의 국영은행으로 인식되면서 사실상 외자유치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었다. 한편 페레그린 그룹은 지난 88년 자본금 3천8백만달러(미달러화 기준)로 세워졌으며 홍콩을 거점으로 영국.필리핀.싱가포르등에 증권.투자 중개회사들을 두고 있다.지난 92년 동방유량등 8개사와 합작으로 동방페레그린증권社(페레그린측 지분율 46%)를 설립,국내에도 진출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미얀마등에도 합작 은행 형태로 진출,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영업 활동에 상당한 노하우를 쌓고 있다.
앞으로 페레그린 측이 북한의 추상적 법규와 복잡하고 자의적인행정 절차,경직된 관료조직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있는갖가지 걸림돌을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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