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어촌 자녀 대학보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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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한다고 자부해온 하버드대학 당국은 어느날 알래스카 출신의 하버드대학 졸업생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알았다.대학은 알래스카지역 고교생들의 내신성적을 조사한 뒤 특정학생을 선정,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학생을 입 학시켰다.그가이후 알래스카지역의 지도자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농어촌 고교생을 대학에 특례입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대통령지시는 하버드 대학의 예화(例話)와 같은 맥락에서 의미있는 일이다.이는 농어촌 생활의 안정과 농어촌지도자의 양성이라는 측면 뿐 만 아니라 대학에 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교육개혁의 다목적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이미 몇몇 대학이 농어촌자녀 특례입학방침을 발표했다.교육부는 구체적 실천방안을 조속히 연구해 내년 대학입학부터 적용할 수 있게끔 관련법규의 제한을 풀어야 할 것이다.이 경우 官주도로 일정비율 을 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현재의 규제만 푸는게 중요하다.
실시에 들어가게 되면 구체적으로 대상 지역의 적용범위와 선발방식이 문제가 된다.지역적으로는 읍.면단위로 제한하고,이 지역고교생중 성적과 품행,그리고 봉사정신등을 감안한 「모범학생」을여러 지역 기관장의 추천을 받아 제출하는 방안 이 검토될 수 있다. 그 다음문제가 정원내 선발이냐,정원외 선발이냐는 점이다.입학의 형평성을 생각한다면 정원외 선발이어야 한다.현재 실시중인 장애인특례입학이나 장기 외국근무 자녀의 특례입학방식도 정원외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원외 선발이 합당하다.그러나 그 모든것이 대학자율에 맡겨져 정해질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우려하는 바는 농어촌자녀를 위한 특례입학이 도시자녀를 위한 변칙적 대입(大入)방식으로 악용될 소지를 어떻게 막느냐는 점이다.이는 대학 스스로 수없이 강조해온 대학자율에 따른 대학의 책임있는 엄정성 확보노력에 모든 기대 를 걸고 실시해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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