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형 주택’ 원조 영국과 비교해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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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51%의 지분만으로 집을 소유하는 ‘지분형 분양주택’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민의 ‘내집 마련’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지분형 분양주택은 주택 ‘실거주자’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택 지분을 51대 49로 나눠 분양받는 제도다. 실거주자는 분양가의 절반만 내면 내집처럼 살면서 각종 소유권도 행사한다. 기관투자가는 지분을 주식처럼 시장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 사실 지분형 분양주택은 198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홈바이(Home Buy) 사업을 벤치마킹한 제도다. 홈바이 제도는 주택 구입자가 지분의 25~75%를 사들이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인 영국 ‘주택협회’가 사도록 한 것이다. 이후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협회로부터 100%까지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완전한 ‘내집’으로 만들 수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하지만 홈바이 사업은 주택협회가 나머지 지분을 소유하는 대가로 저렴한 임대료(보통 시세의 80%)를 받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반면 지분형 분양주택은 투자자가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순수하게 시세차익만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올라 줘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지분형 분양주택은 집값이 매년 꾸준히 올라 줘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제도”라며 “이는 가격 안정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상반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인수위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에 분양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30%가량 싸서 투자 즉시 시세차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인수위 경제2분과 최재덕 위원은 “공공택지 내 아파트의 3.3㎡당 분양가가 800만원이고 주변시세가 1000만원이라면 투자 즉시 3.3㎡당 200만원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분 100%를 사들이는 가격도 문제다. 영국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감정가에 지분을 넘겨 준다. 실소유자의 주택 마련이 그만큼 쉬운 것이다. 그러나 지분형 분양주택은 되레 감정가보다 높은 시세에 지분을 사야 한다. 인수위 관계자는 “각종 세금 혜택을 통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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