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멕시코 금융위기 미흡한 개혁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멕시코의 금융위기가 점차 가라앉으면서 경제분석가들과 국제투자가들의 관심이 다른 신흥시장쪽으로 옮겨가고 있다.행여나 제2의멕시코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엇갈리고 있다.우선 낙관론자들은 멕시코사태의 여파로 신흥개도국들이 겪고 있는 자금부족의 애로는일시적인 충격파에 불과하며 멕시코사태가 진정되면 다른 나라들도곧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본다.이들은 신흥 시장의 연쇄침체를 디퀼라(멕시코의 전통술)를 나눠먹고 생긴 숙취(宿醉)정도라는 의미에서 「디퀼라 효과」라고 부른다.술만 깨면 모든게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얘기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근본적 시각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이들중 일부는 멕시코와 같은 무시무시한 금융붕괴가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경고하며 제2의 멕시코를 찾는데 골몰할 정도다.
어느쪽 견해가 옳은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어찌되든 앞으로 신흥시장의 자금수위가 과거만큼 풍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한정된 국제자금은 투자처를 엄선해 차별적으로 이동할 것이다. 관건은 신흥 개도국들의 개혁 노력이다.시장원리와 개방에 충실하며 개혁을 계속하는 나라는 경제발전과 아울러 국제자본의 훌륭한 투자처로 부상하는 반면 개혁에서 퇴보하는 나라는 심각한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문제는 개혁을 추진해서가 아 니라 개혁을 어설프고도 미흡하게 추진하는데서 생긴다.멕시코사태 또한 미흡한 개혁의 결과였다.
그런데 상황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개혁의지가 약해지는 개도국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멕시코사태이후 중남미.동유럽.아시아를 가릴것 없이 많은 나라에서 보호무역론이 득세하고 있다.한국은 멕시코사태를 구실로 무역및 투자의 자유 화를 미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개혁의 퇴보로 러시아와 헝가리는 높은 인플레와 외채에 허덕이고 있다.헝가리의 경우 가격통제의 철폐및 시장개방이란 개혁을 단행했지만 여전히 40%의 경제가 정부의 손아귀에 놓여있다.지난해 헝가리의 경제 성장률은 실망스럽게도 2%에 불과했다.지난해 12월16일이후 올 1월말까지 헝가리의주가는 18.4%나 떨어져 멕시코에 버금갔다.
그러나 개혁에 적극적인 나라들의 사정은 다르다.같은 기간중 칠레.싱가포르의 주가는 각각 3.3%와 3.7% 떨어지는데 그쳤다.동유럽국가중 가장 과감한 개혁을 추진중인 체코의 경우 한통신회사가 멕시코사태의 와중에서도 인기리에 국제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