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음성인식기 英國발음 몰라 英語종주국 자존심 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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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이 개발한 전화용 음성인식장치가 영국식 영어를 분간치 못해 정통영어를 구사하는 영국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AT&T社등 미국 주요 전화회사들이 3년전부터 도입한 이 기계는 통화자가 교환원등을 바꿔달라고 수화기에 대고 말하면 컴퓨터가 이 명령을 즉시 수행하는 자동응답장치.
한해 10억통화 이상을 소화해온 이 장치는 개발된 뒤 90%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해왔으나 나머지 10%정도는 제대로 연결이안돼 이용자들의 불평을 사왔다.
이 장치는 물론 통화자가 심한 감기에 걸렸거나 강한 외국억양이 섞일 경우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용자가 영국식 영어로 발음할 경우 이 기계가혼란을 일으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더 타임스紙에 보도되어 증폭되기 시작했다.예컨대 교환원이라는 뜻의「Operator」를 미국인들은「아퍼레이러」라고 말하 는 반면 영국인들은 이를「오퍼레이터」라고 다르게 발음하는게 일반적이어서 컴퓨터는 이를 완전히 다른 말로 받아들인다.
이에대해 AT&T社등은『음성인식장치가 미국인들의 평균적인 발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현재로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으나 영국식 영어도 이해하는 신형을 연구중이어서 앞으로 이 문제가 해소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그러나 미국식 영어를 식민지 말이라고 은근히 깔봐온 영국인으로서는 발음차이로 인해 당분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열등감과 함께미국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커질 것 같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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