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한국현대사>6.美전략국 요원 "임시정부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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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방직후인 45년9월28일「임정을 한국독립운동의 신적 존재」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임시정부의 즉시 귀환을 주장한 美 전략국(OSS.CIA의 전신)요원의 보고서가 발견돼 주목된다.
「한국과 임시정부」(Korea and the Provisional Government)란 제목이 달린 이 보고서는 미국 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의 주한미군 군사실문서철(상자번호 32)에 들어있는 것으로 해방직 후 미군정의 임시정부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이 보고서 작성자인 윔즈대위는 목사의 아들로 42년 이후 중국 쿤밍(昆明)을 중심으로 활동한 OSS요원이다.주로 임정을 담당했고해방직전 한국내 침투작전의 일환으로 광복군 3지대요원들을 선발,훈련시키는 책임자 역할을 했던 임정관계 전문가다.이러한 특수한 경력으로 윔즈는 미군정이 진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서 임시정부의 내부사정을 상세히 담은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가 해방후 미군정 정보.통역요원으로 들어와 올린 이 보고서는 미국이 임정요인의 귀국을 승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칭(重慶)임시정부는 해방전부터 독립운동의 한 방법으로 임시정부를 공식 승인해 줄 것을 미국에 집요하게 요구했으나 美국무부는 임정 불승인정책을 고수했다.
미국 국무부가 임시정부계열의 중국.미국내 단체와 김구(金九).이승만(李承晩)에 대해 이들의 분열상과 대표성.행정능력의 결여를 들어 부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었다.해방후에도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계속돼 미군정은 임정요인의 즉각적인 귀국을 승인하지 않았다.그런데 이 보고서는 임정요인의 귀국이 미국의 국익에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켜 임정요인의 조기 귀국을 요청하고 있다.
정용욱(鄭容郁.단국대 동양학연구소)연구원은『윔즈의 보고서는 한반도 진주초기 미군정의 임시정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서 윔즈는 임정이 『자유를 위한 한국인들의 투쟁의 상징』이고 『한국독립운동의 신적 존재』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임정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서는 『임정이 자신의 구상대로 일을 해나가면 한국은 민주적 정부형태를 가지게 될 것이고 이 정부는 어떤 외세에 의한 한국지배도 절대 반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정내 주요 인물과 그들의 정치적 능력에 대한 평가도 흥미롭다.보고서는 김구(임정 주석)는『자유를 향한 한국인들의 투쟁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원로정치인』으로,김규식(金奎植.임정부주석)은『민주주의적 원리를 신봉하고 광범한 지도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도자』로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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