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 5억 달러 ‘잭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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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의 유명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71·사진)이 또 한 번 대박 신화를 썼다. 5개월 만에 4억∼5억 달러를 벌게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이 16일(현지시간) 그가 최대 주주로 있는 정보기술(IT) 업체 ‘BEA시스템스’를 85억 달러에 인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BEA를 주당 19.38달러에 인수한다.

 아이칸은 BEA 주가가 11달러 수준이던 지난해 8월부터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13%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 그는 이사회에 회사 매각을 요구했다. 10월 들어 오라클이 주당 17달러를 내겠다며 인수를 제안했지만 BEA는 최소 21달러는 돼야 한다며 거부해 왔다. 아이칸은 이사회를 집요하게 설득했고, 급기야 매각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은 합의가 이뤄진 뒤 “이번 거래는 주주 운동가와 경영진이 힘을 합쳤을 때 나타나는 커다란 성과를 보여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물과 기름 같았다”며 자신이 이번 합의에 역할을 했음을 내비쳤다.

 아이칸은 최근 자신이 대주주인 부동산 개발 업체 WCI 커뮤니티스의 경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이 회사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지난해 주가가 89%나 급락했다.

 재산이 145억 달러에 이르는 아이칸은 지난해 미국의 18번째 부자로 꼽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KT&G 지분을 사들여 10개월 만에 40%의 차익을 남기고 되판 일로 유명해졌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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