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정부의 신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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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美國)은 우리에게 얼마나 미더운 존재인가.핵(核)문제를계기로 북한(北韓)과 미국의 접촉이 시작되면서 이런 물음을 우리는 자주 접하곤 했다.북한에 경수로 제공을 하면서 우리는 돈만 내는 봉노릇을 하는 것은 아닌지,북-미간의 관계개선을 위한접촉과정에서 우리 모르는 밀약이 없는지 등등 별의별 우려의 목소리가 그런 예다.
미국은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이행조건으로 한국형 경수로채택과 남북한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우리는 미국정부가진정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믿는다.그러나 과연 미국이 그런약속을 관철할 의지가 있는지에 이르러서는 마음 한구석에 의혹이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래서 우리는 최근처럼 북-미간의접촉과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민감한 시기에는 미국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 一投足)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에 관한한 우리와 긴밀히 논의하겠다고 다짐해왔다.또 그렇게 하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한관계를 개선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이다.그러나 사고로 휴전선을 넘어갔던 미군 헬리콥터조종사 송환교섭을 비롯,북한 과의 몇몇 접촉과정에서 미국의 석연치 않은 행동이 있지 않았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던 터에 최근 북한의 종교계 인사라는 인물이 클린턴 美대통령과 면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과연 미국이 1백% 믿을 수 있는 우방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그런 보도가 흘러나오고,북한측이 공식매체를 통해 보도했는데도 미국정부 는 이를 부인하다가 의례적 종교행사로 만났을 뿐이라고 뒤늦게 시인하고 있다. 물론 만남 자체에 큰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미국대통령이 북한사람과 갖는 면담의 상징성은 크다.
그런 사실을 미국정부가 몰랐을리 없고,또 당연히 우리정부에 미리 알려줬어야 했다.아무리 미국정부가 우연한 일과성 만남이라고변명해도 북한과 관련되는한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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