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조직 개편은 ‘일하는 정부’ 의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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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56개(2원 18부 4처 18청 4실 10위원회)인 중앙행정기관을 43개(2원 13부 2처 17청 4실 5위원회)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당초 알려진 개편 구상보다 규모 축소의 폭이 크고 기능의 조정도 과감하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다부지다.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정부조직 개편의 틀은 잘 잡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특히 “(이번 개편으로) 장관급 11명, 차관급 8명, 3급 이상 고위직 93명을 비롯해 모두 7000명 가까이 감축된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 정부 기구만 줄일 게 아니라 불필요한 업무와 자리까지 함께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그동안 공무원 수 감축에 소극적이었던 인수위가 입장을 바꿔 공무원 수를 확실히 줄이겠다고 다짐한 것 또한 고무적인 일이다. 정부의 규제를 줄이려면 외형상의 조직 축소만이 아니라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직 자체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일은 조직 개편에 따른 부작용과 정부 내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무원의 자세 변화가 중요하다. 조직 이기주의와 보신주의에 물든 종전의 행태를 일신해 국민과 기업에 봉사하겠다는 서비스 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공무원도 무능하거나 업무가 불필요해지면 퇴출될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이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부조직이 대폭 통폐합됨에 따라 정부 기능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도 필요하다.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물론 꼭 정부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은 중복되지 않더라도 과감하게 손을 놓아야 한다. 당연히 각 부처의 직제도 이런 원칙에 따라 다시 짜야 한다. 조직 개편이 각 부서를 이리저리 떼어붙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조직 개편은 일하는 정부의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