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북녘동포>9.가계표란-평생 따라붙는 가족성분 조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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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무계급사회를 지향하는 북한이 엄격한 계급사회라면 믿기지 않을것이다.계층분류가 엄격하고 이 분류의 기초가 개인 모두에게 따라다니는 「문건」이다.
당원이나 사로청원.직맹원.여맹원 누구나 할 것 없이 자신이 작성한 문건과 소속단위의 상급자가 작성한 평정서 문건이 신상변동 때마다 붙어다닌다.
개인의 운명에 절대 영향을 주는 문건주의의 시작은 고중4년때학생들 누구나가 작성하는 「가계표」다.나이.주소.직업.당원 여부(노동당.사회민주당.청도교청우당.남로당).남조선정당 연루 여부.반역행위및 민족반역자 등록 여부가 기입사항이 다.본인과 부모를 포함해 5촌까지 기입해야 한다.형식적으로는 소년단을 거쳐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사로청)에 가입하는 신청서다.실제로는 가족계열 성분조사표다.주특기나 재산정도등은 기입사항이 아니며 이렇게 작성된 가계표가 개인문건의 기초 자료로 평생을 좌우한다.
또 조직의 상급자가 작성한 평정서까지 덧붙여진 문건들은 직장이동.직무변경.승진등 신변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문건이 새로 작성돼 계속 보태져 간다.개인차는 있지만 중앙당 핵심간부들의 경우 수천쪽이 넘는다는 것.
가계표의 1차적 괴력은 대학 입학과정에서 드러난다.고중까지는의무교육이므로 큰 차이가 없지만 졸업과 함께 신분격차가 시작되기 때문.고중 졸업생중 약 5%정도인 대입 선발기준은 가계표에적혀있는 토대가 우선이다.
대학에 입학하거나 간부가 되려면 별도의 「이력서」를 또다시 작성한다.유학생도 마찬가지.같은 사항을 묻지만 이력서에는 기입하는 범위가 8촌까지로 넓어지고 결혼한 경우 처와 처가(妻家)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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