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땅키우기>회기동 상가주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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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외진곳에 위치해 상가를 짓기엔 부적합한 자리라도 건물 디자인만 좋으면 얼마든지 장사가 잘되는 점포로 만들수 있다. 특히 세련된 건물외관은 주변구역까지 개발붐을 일으켜 일대의 도시환경을 새롭게 단장시키는 경우가 많다. 한적한 단독주택가였던 서울동대문구회기동 경희대 정문앞 주변의 뒷골목은 이제 4~5층규모의 상가주택가로 개발되고 있다.
경희대 앞길 동쪽 주택가인 회기동16의96 대지 33평에 들어선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상가주택은 전형적인 주택가를 준상업지대로 탈바꿈시킨 건물로 꼽힌다.헙수룩한 단독주택가를 살아있는 젊은이들의 공간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마름모꼴의 비정형 대지에 토지이용률을 극대화하면서 내부공간에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모양을 낸 이 건물의 설계는 이용우(李龍雨)토건축 소장이 맡았고 시공은 李장용(장용건축대표)씨가 담당했다.李소장은 2층 단독주택을 헐어내고 여기에 상가.주택을 겸한 상가복합주택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주문을 받고 여러형태중 미리 이 지역 특성에 맞게 분석,구상해뒀던 기법을 적용해 대학정문앞 도로변에 밀집돼 있는 수요를 후미진 골목길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너무 튀는」빌딩모양을 다소 순화시키기위해 외부 마감자재를 주변의 기와지붕과 붉은 벽돌의 질감과 어우러지는 연한 황토색깔의 드라이비트로 사용했다는 점.자칫 당돌해지기 쉬운 분위기를 한음절 가라앉힌 것이다.
1층 바닥면적이 16평에 불과한 건물의 볼륨이 외견상 크게 보이도록 가벽(假壁)과 돌출창을 설치했고,산뜻한 초록색을 칠한네모반듯한 창문틀의 이미지와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내리는 나선형 계단실의 개방감을 위해 처리한 원형 유리창 디자인등은 건물내부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3,4층의 주거공간은 사선제한으로 좁아진 실내공간을 보다 편리한 생활공간이 될수 있도록 내부계단으로 연결된 복층형 주거공간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세련미를 갖춰 주변 개발을 유도한 건물인데도 공사비는 93년8월기준 평당 1백80만원정도(총 1억3천5백50만원)밖에 들지 않았다.
건물 임대료는 소주방으로 사용되고 있는 지하층 21평이 7천만원,시세 1억3천만원선인 1,2층(합계 32.7평)의 커피숍은 공사도중 선금을 거느라 급하게 9천만원(전세기준)에 임대했다. 당초 건축주가 살던 3,4층(총 21.4평)주거공간은 현재 4천만원에 전세를 줘 따져보면 지하층과 1,2층의 임대료만으로도 공사비를 충당하고 남은 셈이 됐다.
崔永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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