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사람들>오륜洞 올림픽선수촌 주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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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파트에서만 20년을 살았지만 이곳만큼 이웃간에 마음을 트고 지낸 적은 없었어요.』 도시의 삭막함으로 대변되는 아파트 단지내에서 주민들이 불우이웃돕기와 주민축제,그리고 아파트전용 문화회관까지 운영하며 새로운 아파트문화를 엮고 있어 화제다.6천여가구의 아파트 주민으로만 한 동(洞)을 이루고 있는 송파구오륜동 올림픽 선수촌아파트 단지.
88년 올림픽과 함께 동네가 생긴 이 곳은 신흥아파트촌이라 이웃끼리 서먹서먹한데다 부녀회도 자치부녀회와 새마을 부녀회로 나눠져 있었다.
하지만 92년말 『한 아파트에 살면서 부녀회가 둘일 필요가 없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단일 부녀회가 만들어졌고 시에서 지원한 아파트단지전용 「오륜동 문화회관」이 마련됐다.
이 문화회관은 아파트상가분양때 분양이 되지않아 빈공간으로 방치돼 있던 곳을 부녀회가 구청에 문화회관 전용을 건의한 후 마련된 것.
이때부터 부녀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문화회관에는 가요교실.
에어로빅교실등 교양강좌가 개설돼 주민들간의 언로(?)가 트였고주부들은 문화회관 자원봉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한달 수강료 1만원에 서수남 아저씨에게 노래를 배운다』는 지경순(池慶順.43)씨는 『우리 아파트 주부들중 문화회관을 이용하지 않는 주부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회관에서 이웃간 벽허물기에 자신감을 얻은 부녀회는 충북 부석농협등 4개 농협과 자매결연을 맺고 농산물직거래장터를 열어그 이익금으로 지난해에는 불우아동들이 모여사는 양평 창인원을 방문했다.
『부녀회가 일을 너무 벌이는 것같은 염려도 없진 않지만 주민들의 참여열기가 높은데다 도와주는 회원이 많아 힘든 줄 전혀 모른다』고 2년째 부녀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정숙(朴貞淑.45)씨는 말했다.
〈申容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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