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금산분리 규제 완화해도 은행 인수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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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돼도 현대차·삼성·LG·SK 4대 그룹은 은행을 인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곽승준(48·사진) 기획조정분과 위원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연기금뿐 아니라 중소기업 컨소시엄도 사후 감시를 철저히 받는다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금산분리가 완화돼도 4대 그룹은 절대 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은행 인수에 참여하는 길을 터주겠지만, 금산분리 이후 4대 그룹에 경제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은 막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사전 규제 대신 사후 감시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은행을 인수하는 대주주에 대해서는 은행에 준하는 강도 높은 회계감사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인수위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기업 규제 완화 정책이 ‘친 재벌 정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전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금산분리 완화 문제는 산업은행 민영화와 중소기업 자금 지원 확대와 같이 맞물려 있다”면서 “준비는 빨리 하겠지만 (금산분리는)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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