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원장의어린이독서교육법] 아이 표현력 키우려면 수다쟁이 엄마 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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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서구 방화동 길꽃어린이도서관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그림책을 읽고 있다. [사진=정치호 기자]

‘무슨 책을 읽게 할까’ ‘하루에 몇 권 정도 읽혀야 하나’ ‘책 읽는 걸 좋아하게 할 순 없을까…’

 유아를 키우는 엄마들이 늘 궁금해 하는 것들이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65) 원장은 이런 의문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28년 동안 독서교육을 연구해 온 남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엄마들에게 독서교육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최근 엄마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엮어 『엄마의 독서학교』(애플비)란 책을 펴낸 남 원장은 “아이들은 태어나서 7세까지 가정에서 운영되는 ‘독서학교’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이 시기 어떤 책을 어떻게 읽히느냐에 따라 아이의 두뇌 발달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독서학교’에선 엄마가 선생님이고 그림책이 교과서죠. 그걸 읽어주지 마시고 아이가 읽게 하세요. 그림책을 보면서 상상하게 하는 겁니다. 아이가 글을 깨쳤으면 글자를 가리세요. 책을 읽고 잠시 후 질문을 하면 아이는 상상하면서 해답을 찾는 동안 추리력을 스스로 키워갑니다.”

 이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학습을 통해 체득한 내용은 머릿속에 각인된다는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학습을 하면 상상력→추리력→문제해결력 등이 길러진다”며 “상상력이 신장되면 이를 총괄하는 중추인 우뇌를 많이 쓰게 돼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로 해답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림책으로 멀게는 논술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논술은 세상에 대한 생각과 해결방안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이거든요. 아이에게 하나의 세상이 되는 그림책을 읽다보면 ‘세상읽기’ 훈련이 되지요. 창의력과 독창적인 논리가 생긴다는 말입니다.”

 남 원장은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아이가 그림책의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라고 권했다. 말을 하면서 언어를 조합하는 능력을 계발하고 나중엔 내용에 살까지 붙이면서 창의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렇게 키운 창의력에서 표현력이 나오는데 말이 글로 바뀌면 그게 곧 글쓰기 능력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남 원장은 “표현력도 어휘력이 받쳐줘야 힘을 발휘한다”며 “단순히 책을 읽히는 것보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와 대화하는 것이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령 아이가 그림책을 보면서 ‘이거’라고 말할 때 ‘아, 나무에 달린 거? 사과로구나’ 하면서 계속 낱말에 관한 대화를 하면 (아이의) 어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들이 수다쟁이가 될 것을 권했다. 엄마의 말이 많을수록 아이의 두뇌에 언어 자극이 더 강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남 원장은 아이에게 다독(多讀)과 속독(速讀)을 강요하는 엄마들의 욕심은 경계했다.

 “아이의 능력에 맞는 기억용량이 있어요. 그 범위를 넘으면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루에 10권의 책을 휘뚜루마뚜루 읽는 것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대화하면서 꼼꼼하게 읽게 하세요. 그러자면 속독보다 정독(精讀)이 좋겠지요. 중요한 내용만 빠르게 읽으면 낱말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볼 수 없어 어휘력을 기르는 데 방해가 됩니다.”

글=신상윤 기자ken@joongang.co.kr, 사진=정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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