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원인은 '녹사'유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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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동물의 세포나 조직.장기에 산소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을 때 특정 유전자가 이들에 손상을 입힌다는 사실이 국내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경희대 의대 병리학교실 박재훈 교수팀은 세포나 조직이나 장기가 저산소 상태가 지속될 경우 '녹사(Noxa)'라는 유전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세포 등을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최근 발표했다. 박교수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저널 오브 익스페리멘털 메디슨(JEM)' 1월호에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세포에 원활한 산소공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세포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억제하면서 혈관을 확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혈관의 생성을 촉진시키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저산소증은 뇌경색.심근경색.관절염과 같은 만성퇴행성 질환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박교수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뇌 세포에 산소공급을 줄이자 녹사 유전자의 발현량이 증가하면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죽었고, 이 녹사의 유전자 발현을 특수 제작된 핵산으로 차단하자 세포손상이 크게 줄어들었다. 박교수는 "공기 함유량 가운데 20% 수준인 산소를 0.5~1%로 줄인 상태에서 녹사의 유전자 발현을 막으면 5~6%의 쥐가 죽었고 막지 않은 경우 사망률은 40%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녹사는 늙은 세포의 자살에 관여하는 살상 유전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저산소증으로 인한 세포손상과 사멸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이다.

박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포와 실험동물 수준에서 이뤄진 기초적인 연구"라면서 "뇌경색과 심근경색 등 수많은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인체 질병에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앞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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