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행들 50년 不實채권 정리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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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 은행들이 마침내 수술칼을 들었다.
거품경제의 붕괴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실채권을 떠안은채 만성두통을 앓아온 일본 은행이 50여년을 망설여온 부실채권 정리에나선 것이다.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이부실채권의 상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내 보유 부동산을 대거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미국의 케네스.레벤슬회계사무소는 올해 일본 투자가들의 부동산 매각 규모가 최고 1백억달러에 달해 94년보다 두배이상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은행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촉발시킨 것은 일본 최대은행이면서 세계 최대은행이기도 한 스미토모(住友)은행의 적자결산이었다. 스미토모은행은 지난달 27일 3월말로 끝나는 94년 결산에서 사상최초로 2천8백억엔(약28억달러)의 세전(稅前)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일본의 20대은행이 손실을 기록한 것은 2차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6백억엔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예측됐던스미토모은행이 뜻밖에 엄청난 손실을 보게된 것은 누적된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정리했기 때문이다.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紙에 따르면 스미토모은행은 지난 한햇동안 모두 8천억엔 의 부실채권을대손상각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따라 스미토모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지난해 9월말기준 1조2천억엔에서 올 3월말에는 9천억엔으로 줄어 총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로 낮아지게된다.일본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비율이다.
일본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것은 80년대 후반의 거품경제 때문이었다.부동산가격이 뛰기 시작하자 부동산을 담보로한 대출이 늘고 그 돈이 다시 부동산가격을 치솟게 하면서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고 하루아침에 부동산 담보대출금이 부실채권으로 둔갑해버렸다.
누적된 부실채권은 일본 은행들의 수지를 끊임없이 압박했지만 어느 은행도 감히 수술에 나서지 못했다.은행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장성의 눈치를 봐야만 했기 때문이었다.대장성은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정리하게 되면 은행의 적자결산이 불 가피하다.그러나 이는 기업실적에 민감한 일본의 풍토로 볼때 은행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면서 부실채권의 수술을 반대해왔다.스미토모은행이 적자결산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대장성의 입장이 변했기 때문이다.일본의 금 융시장이 그정도의 충격을 견뎌낼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장성의 눈치만 보던 은행들도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환부를그대로 두고서는 은행경영을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금융시장의 개방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언제까지나 현실에 안주해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스미토모은행의 결단에 대한 일본국내외의 평가는 긍정적이다.단기적으로는 충격을 받겠지만 길게 보면 은행의 체질개선에 도움이될 것이라는 이야기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스미토모은행의 적자결산이 세계의 은행으로 자처해온 일본 은행의 국제적인 신뢰도에 상처를 낸 것도 사실이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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