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外煥자유화 정착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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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부터 외환보유가 대폭 자유화된다.해외여행 경비가 1인당1만달러로 늘어나고,5억원범위안에서 해외증권 투자도 허용된다.
외환자유화 계획은 이미 99년까지의 청사진이 공개됐고,그 순서에 따라 시행계획이 수립.발표되고 있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단지 한발 앞서 자유화를 시행했다가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멕시코의 경우를 충분히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실제로 이번 시행계획은 지난해 12월의 외환제도개혁안 발표보다 후퇴하거나 연기한 분야도 있다.이런 정부 의 조심스런 자세는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위축되어선 안된다.
외환 보유.사용의 자유화가 성공하려면 국내로 몰리는 외화자금이 일정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쓰는 돈만 많으면 나라 살림은 어렵게 된다.물론 유입에 따른 규제를 없애면 외국 돈은 자꾸 들어올 수 있으나 그것도 정도 문제다.
94년 한해 외화자금 순유입액(純流入額)은 36억달러로 93년의 절반 수준이다.이렇게 준 것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순유입이 20억달러밖에 안됐기 때문이다.이미 외국 돈은 한국을 떠나는데 우리가 쓸 용처(用處)만 늘리는 것이어선 불안하다.
그러나 외환자유화의 기본 뜻이 기업거래를 원활하게 하는데 있는만큼 이번 시행계획에서 유보된 조치들,예를 들면 기업의 외상수입 기간이나 상업차관 도입에 따른 규제를 없애는 것이 개인의외화사용 확대 보다 앞서야 한다는 지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올 외화의 순유입이 최저 1백1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정부의 예측을 믿으면 외환사용 자유화에 불안을 느낄 필요는 없다.
여행경비 한도를 2배로 확대한 것은 현실적인 조치이긴 하나 무역외수지(貿易外收支) 적자를 확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우리는 이미 지난해 35억달러의 무역외거래 적자를 보았다.한도까지 꼭 써야 직성이 풀리는 여행자들의 습성 은 이번 기회에 고쳐져야 한다.
외환자유화가 정착하기 위해선 들어오는 돈은 단기차익을 노리는것이 대부분이고,우리 돈은 한번 쓰면 없어지는 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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