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방향 못잡는 OECD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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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신청이 늦춰지고 있다.5년의 노력으로 정해 놓았던 작년말 가입신청이 3월로 미루어진 것이다.
그것도 두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관측자들의 말이다.나라 안도 나라밖도 의아해 하고 있다.
멕시코처럼 OECD에 가입한다고 성급하게 금융개방을 했다가는나라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러나멕시코 사태는 정치적 불안,좌불안석하는 정책에 대한 불신,외국돈이 없으면 하루도 버티기가 힘든 취약한 경제 기반 등이 원인이었다.따라서 대비는 해야겠지만,그렇다고 우리의 대외개방을 늦출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은 이미 내려졌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부터 일반부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원해서「열리고 떳떳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주장해 왔다.
또 상공자원부장관을 새로 생기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사무총장에 입후보시키고 OECD가입도 예정대로 진행시키 기로 했다.
그런데 이제는 WTO사무총장이 꼭 되지 않아도 좋다고 하고 OECD가입신청도 몇달 뒤로 미루고 있다.불과 한달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조그마한 사안처럼 보일지 몰라도 OECD가입신청을 차일피일 미루게 되면 우리가 전과 다르게 움츠리는 것으로,심하게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아직도 뒤지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비치는 소극성(消極性)과 후진성(後進性)은 치명적이다.
OECD에 가입신청을 하고,가입조건을 협상하고,OECD회원국들이 이를 심사하는데 보통 일년 반이 걸린다.그래서 96년 6월에 가입하려면 작년말까지는 가입신청을 했어야 했다.막판 초읽기에 몰리는 졸속협상을 피하려면 서둘러도 시간이 많지 않다.
제일 큰 걱정은 OECD가입의 늦춤이 곧 세계화(世界化)의 뒤짐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OECD가입은 남들보고 우리를 선진국으로 불러 달라고 추진했던 것이 아니다.그것보다는 선진제도를 우리의 의식.관행과 접목시켜 우리를 한 차원 높은 모습으로 탈바꿈하는데 결정적으로 보탬이 된다는 판단 때문에 추진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경제가 열리기 때문에 공정해진다고 기대도 하고 준비도 해 왔다.정부도 민간도 개방.무한경쟁의 시대에 대비해 왔다.투자계획도 세우고 세계경쟁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체제를 갖추고 있다.이러한 국민적 기대와 노력을 생각할때 나라의 세계화에 관건이라 할 수 있는 OECD가입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金廷洙 本社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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