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 커지는 日대장성.기획청 통합 아이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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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東京=郭在源특파원]일본의 차기정권을 겨냥해 만들어진 야당 신진당(新進黨)의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63)당수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행한 발언 내용이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야당당수의 발언은 통상 총리에 대한 질문형식이었으나 이번에는형식을 달리해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한 것.그 가운데 행정개혁과 관련,대장성과 경제기획청을 통합해야한다는 내용이 정계와 관료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장성과 경기청의 통합아이디어는 그간 일본 언론에 교훈거리로논설.해설기사로 널리 소개됐던 한국의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통합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신진당에는 관련 관청업무에 정통해 압력을 행사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위 족(族)의 원 가운데 경제통들이 많아 가이후당수 발언이 단순한 애드벌룬이 아닐 것이라는데 파문의 심지를 깊게 해준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가 이 발언에 대해『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이어 며칠이 지난뒤 다시 경기청장관이27일 기자회견에서『가뜩이나 비대한 대장성을 더욱 크게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 선 것은 정부여당이 매우 신경쓰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무라야마정권의 우선 목표가 행정개혁이고 지금 그 작업을 막 추진하려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권과 행정개혁모임-언론은 이전부터 이 문제로 의견이양분돼 있었다.대장성과 경기청의 통합론과 대장성 일부업무의 타부서 이전을 통한 약체화론이 그것이다.작년 6월 행정개혁 문제와 아울러 관료에 대한 비판이 한창 절정에 달했 을 때부터 나온 얘기다.
신진당은 관료중의 관료인 대장성과 손잡으면서 정치의 행정에 대한 파워를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역시 관료를 움직이지 않으면 선거도 그렇고 정책 아이디어도 안나온다는현실적 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듯 싶다.
그러던 차에 한국에서 확실한 사례가 나온 것.대통령제에 빗대총리실을 강화고 행정을 장악하려는 신진당의 내심을 본격적으로 펼치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모델인 것이다.다소 위험(?)은 있지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정치-행정체제가 아쉬웠 던 터다.
아무튼 이런 아이디어를 내 파문을 일으키는 신진당이나 이에 대해 정부여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일본의정치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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