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평>권영필外 5人지음 한국미학시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유럽으로부터 미학이 수입된지 백년이 가까워지면서 이웃 나라에서 일본 미학.중국 미학등의 용어 사용과 더불어 각 문화권의 고유성과 우수성을 학문적으로 수립하고 입증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에 전후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이들 나라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한국 미학」을 탐구하고 정립하려는 노력과 업적이 요즈음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듯이 산발적인 한국미(美)에 대한 고찰의 단계로부터 한 걸음 나아가,이제 각 분야에서 심도있고 체계적으로 한국미의 본질을 규명하려는 작업이『한국미술의 미의식』등에 이어 이번의 저서로 나타나고 있음은 이러한 고무적 상황에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강점은 필자 모두가 비록 시론의단계지만,지금까지의 논의의 역사를 개괄하고서 미학의 원리와 방법을 시종일관 확고히 견지하려는 의식이 뚜렷하다는 사실이다.다시 말해 해학(諧謔)에 대한 미학 이론을 전제로 한 한국 고미술품의 분석,음악사학과 음악 미학의 관점을 신중히 준별하려는 태도,복식과 건축,그리고 시론에서 미학의 기존 이론을 직접.간접으로 응용해 미적 범주를 추출하려는 시도등 요컨대 미학의 원리와 방법에 좀더 충실히 입각하여 각 예술 분야에 적용하고 미적 특징을 추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헌적 연구가 갖는 추상성을 극복한다는 의미에서 구체적인 작품을 분석하여 귀납적으로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으로 지적돼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과거 산발적이던 한국미의 논의를 효율적으로 종합하고,여기서 아직 다루지 못한 한국문화의 영역으로 탐구의 손길을 터주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알기 쉽고도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정립하는 방향으로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 자신이 이미 언급했듯이 문제는 너무 많이 남는다.우선 두가지 측면이 지적될 수 있다.
하나는 자료의 범위문제다.우리 민족문화의 오랜 배경을 이루어온 중국문화와의 영향 관계를 어떤 관점에서든 사실대로 낱낱이 파악하는 일이 전제로 요청되기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신화의 고대사적 배경을 포함하여 문예사상에서의「평담(平淡)」,「온유돈후(溫柔敦厚)」등의 개념,건축구조에서 논의되는 음양사상,조선의 음악과 예악 사상,조선지배층의 각종 관복.예복의 체계와 미적 형식등의 본질은 중국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했을때 우리 한국미의 특수성과 그 가치를 분명히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논문 모음」의 형태를 벗어나 완결된 체계와 체제를 갖춘 저서를 아직도 멀리서 바라보는 위치에 서 있다는 점이다. 신분.시대.지역에 따른 미적 취미의 실상을 밝히고 우리선조들의 생활미학을 좀더 실감나도록 규명하려면,아직도 각 편의논문이 어색하게 이웃해 있는 체제를 극복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