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람직한 기초의원 공천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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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이 4대 지방선거중 기초의회의원에 한해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본다.우리는 이같은 움직임이 야당쪽에도 확대되어 비록 법상으로는 정당공천이 가능하게 됐지만 실제로는 각 정당이 모 두 후보자 공천없이 선거를 치렀으면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본질적으로 특정지역 공동사회의 생활특성에 맞는행정을 펼치기 위한 조직이다.실제 행정의 내용도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의 차이가 변수(變數)가 될 수 없는 주민의 기본적 생활에 관한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가령 어느 곳에 길을 내는 것이 좋은가를 결정하는데 민자당이냐, 민주당이냐 하는 구별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해당 지역주민들간의 이해대립이 있을 수 있을 뿐이다.
또 기초자치단체의 업무중 상당부문은 국가정책이나 상급자치단체의 행정업무를 위임받아 집행하는 것이다.자치적으로 수립한 지역내 행정계획도 그것들과 연관된 것이 대부분이다.따라서 이러한 업무들을 효율적으로 집행(執行)하는데 지나친 첨예 한 정치적 이해관계는 자칫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단지 중앙정치의 하부조직인 것은 결코 아니다.지방자치는 그동안 우리 정치와 행정의 큰 폐해로 지적돼온 중앙집권적 풍토를 개선하자는데 그 큰 목적이 있다.따라서 이 점에서 볼 때도 기초자치의회의 의원선거만 은 정당공천없이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기초자치단체도 경우에 따라선 상급기관과 정책적 견해대립이 있을 수 있고,정치적 이해가 개재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겨날 수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 문제는 굳이 정당이 개재하지않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얼마든지 강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우리는 과도기적이라고 하더라도 기초자치단체에까지 중앙정치의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우리의 정치풍토로 볼 때 자칫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지방자치제의 의의를 低평가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굳게 뿌리를 내리게 하기 위해 여.야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기초의회의원 공천배제를 진지하게 검토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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