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설날의 참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설이 며칠 남지 않았다.그야말로 우리 설이다.해마다 신정(新正).구정(舊正)의 이중과세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1년에 한번뿐인 설에 신정.구정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한번이면 족하다.양력과 음력중 어느것을 택해도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중과세는 안된다.양다리 걸치기는 이제 싹 없어져야 한다.
정하는 김에 이왕이면 우리의 전통관습대로 음력설로 정하는 것이 모양새가 훨씬 좋을 것같다.
옛 어른들은 정월 초하루를 원일(元日),세수(歲首),신원(新元)이라 해 1년중 으뜸가는 날로 생각했다.그런 날을 첫 명절로 정해 조상에게 차례를 지냈다.가난한 살림살이였지만 그 정성은 부자 부럽지 않았다.그런데 요즈음의 우리들은 어떤가.무엇이든 간소화하는 시대여서인지 가장 한국적인 미풍양속조차 강건너 불보듯 한다.큰 의미를 지닌 설을 그냥 아이들의 명절정도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고향에 놀러가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버린다.
신세대를 자처하는 사람일수록 구세대의 잔재물쯤으로 치부해 버린다.물론 설이 차례만을 지내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고향을찾고 가족을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고향을 찾는 일이 뭔가.고향을 찾는 것은 뿌리를 찾는 것과 같다.우리의 뿌리가 누군가.조상이다.
그 조상을 기리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그러나 웬일인지 요즈음은 당연한 것이 우연한 것보다 더 소홀시되고 있다.
어른다운 어른이 부재(不在)하는 시대라 그런가,아니면 부모들이 훌륭한 사표(師表)가 되지못한 탓일까.
옛 어른들은 어떤 일에서도 산교육을 시킨 스승이었던 것같다.
설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차례 모시는 법에서부터 새배하는 법까지 잘 살아가는 근본법을가르친 것이 아닐까 싶다.세상이 아무리 급변하고 세상인심이 야박해 진다해도 그 근본은 변할수 없고 또 변해서도 안될 것이다. 우리의 근본은 우리가 찾고 지켜야 할 뿌리이므로.
〈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