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간판] 2. 종로 업그레이드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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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종로 업그레이드 행사가 열린 종로2가 통일빌딩 앞.

9m 남짓한 '12번지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라고 쓰인 기존 간판을 떼어내자 새 간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 간판은 기존 간판보다 길이가 1m 이상 줄었을 뿐만 아니라 상호를 '12번지 종로 귀금속'으로 축약하면서 글자 크기도 절반 정도로 작아졌다.

특히 노란색 바탕에 붉은색.보라색 글자를 썼던 기존 간판과는 달리 옅은 겨자색 바탕에 흰색 글씨를 써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종로 업그레이드 사업의 핵심은 간판 교체다. 종로 양쪽의 306개 건물에 입주한 1362개 점포의 간판을 모두 바꿀 계획이다. 점포당 평균 4.8개꼴인 간판을 2개로 줄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와 함께 걷기 편한 거리로 만들기 위해 보도를 넓히고 깔끔하게 정비하는 한편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분전함.공중전화 부스 등은 가급적 없앤다.

각종 표지판.안내판과 가로등.버스 승차대.지하철 출입구 등도 세련되게 바꾼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종로의 건물주.점포주 대표 10여명 및 도시계획.건축.디자인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추진협의회를 구성해 사업을 이끌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간판 교체를 꺼리는 점포주들이 적지 않아 사업 추진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정비에 들어갈 종로 5가의 약국 사장은 "간판이 워낙 난립해 있어 정비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바꾸는 게 장사에 도움이 될지 의구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시는 1~3가의 10개 건물(2~7층)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건물주와 점포주를 설득해 왔다. 간판 교체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선 모델 케이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날 첫 간판 교체 행사를 하게 됐다.

간판 교체 작업은 구역별로 색채.글씨체 등에 통일감을 주면서도 개별 점포의 특징을 살린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다. 현재 빨간색과 파란색 위주인 간판 색깔을 튀지 않으면서 깔끔한 느낌을 주는 색채로 바꿀 계획이다.

글자 크기는 간판 면적의 8분의 3 이내로 도안하고, 2층 이상 벽면에 설치하는 간판은 가급적 입체문자형을 채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종로를 모델 삼아 거리 정비사업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키로 했다.

이를 위해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범 거리 신청을 받아 연내 1~2곳을 선정해 추가로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진철훈 주택국장은 "궁극적으로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종로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서울시는 물론 전국 각지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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