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민족회의는 對話회피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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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美國)정부는 남북한(南北韓)대화의 진전에 북한-미국(北韓-美國)제네바 합의의 성패와 양자간의 관계개선이 달려 있다고말해 왔다.그런 줄기에서 보자면 24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청문회에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증언은 새삼스 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비판적인 공화당이 주도,문제점과 미비점을 추궁할 것이라는데서 관심을 끌었다.그런 면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외교책임자가 남북한 대화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그렇지만 실제로 이러한 다짐을 미국이 실천해 나갈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특히 남북한 대화와 관련된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증언은 너무 낙관적이고 현실감각이 떨어진다.
그는 北-美간의 합의문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남북한 대화의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실제로 제네바 합의문 내용을 보면 남북한 대화문제는 애매모호하게표현되고 있다.「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대화를 도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따라 북남대화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라는 합의문 내용 어디에도 조건으로 볼만한 표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로 합의문 서명후 북한 대표는 北-美대화와 남북한대화는 『직접 관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실제로 남북한 대화에 관한한 그 이후 북한은 그런 틀과 원칙밑에 행동해오고 있다.미국의 요구로 부득불 남북한 접촉을 하게 될 상 황이 오면 마지 못해 형식을 갖추기는 할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예상이었다.그러한 우리의 예측은 24일 북한의 김용순(金容淳)최고인민회의 통일정책위원장이 내놓았다는 「대민족회의」제의에서 불행히도 적중되고 있다.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회담은 외면하고 몇십년동안 되풀이돼온 상투적인 책략으로 마치 북한이 남북한대화를 제의하고 있는듯 선전하고 있다.미국으로서도 이러한 현실을 직시,청문회에서 확인한 원칙을 철저히 관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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