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욕 過한 부동산실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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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동산 실명제가 가급적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당초의 시안(試案)이 유예기간을 넉넉히 두고,예외를많이 인정함으로써 이 제도의 연착(軟着)을 시도한 것에 비하면급격한 방향선회다.정부는 그 이유를 개혁입법 취지에 부합되도록예외와 특례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때문이라고 설명한다.이에따라 1건 5천만원 이하의 부동산이나 기업의 업무용 등에 대한 극히 일부의 예외인정을 빼고는 모두 실명전환 과정에서 세금추징을 당하고,경우에 따라 벌금이나 과징금등을 물게 됐다.
명의신탁 과정에서 현저한 투기나 탈세가 있었다면 발견되는대로세금이나 벌금을 매기겠다는데 이의(異議)를 달기는 어렵다.그러나 그것이 정부방침에 순응하는 사람에게도 광범위하게,또 사후(事後)응징의 성격을 띤다는데 문제가 있다.처벌을 피하려고 실명전환을 기피하는 부동산이 늘면 실명제의 실효성이 퇴색할 것이라는 지적은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바로 이 점이 부동산실명제의「과거묻기주의」가 몰고올 첫번째 위험성이다.이 제도의 원활한 정착과 경제적 동요를 막는데 예외인정 이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명분이 서는데도 일단 이런 측면은 무시되고 말았다.
두번째 위험성은 기업의 업무용 토지 구득이 어려워져 경쟁력이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단기간의 명의신탁 인정방침이 후퇴하고 「과거」에 대한 세금추징에도 예외가 없다면 임직원 명의로 땅을 구득,저가 지대(地代)에 의한 비교우위라도 얻자는 기업의소망은 무산된다.한 조사에서 서울 소재 기업의 78%가 비실명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기업명의로 살 경우 엄청나게 요구하는 땅값을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기업이 쉽고 싸게 땅을 살 수 있도록 보완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히고 있다.미분양 공단의 매각촉진,농림지구의 산업지구화,지자체와 기업이 합동하는 제3섹터 개발 등을 거론하고 있다.그러나 이 방안들은 하나같이 문제점을 안고 있거 나 검증이 안된 수단들이다.개혁과 기업 경쟁력유지는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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