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구어체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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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글을 쓸 때는 말하듯 자연스럽게 써 내려가야 하지만 말과 글이 같을 수는 없다. 글의 문장은 말보다 완전하고 체계적이어야 하며, 높은 완성도로 세련된 맛을 살려야 한다. 글에서 구어체적 표현, 즉 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표현이 나온다면 맛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예인에게 도덕적 완벽성을 기대하는 심리가 이해 안 되는 것은 아니다”고 글을 쓴다면 말하는 것을 그대로 옮긴 것 같아 어설프다.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처럼 ‘이해 안 되는’을 ‘이해되지 않는’으로 고쳐야 한다.

“중국의 추격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 못 한다. 경계를 안 늦추고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다”에서 ‘장담 못 한다’ ‘안 늦추고’도 마찬가지다. ‘장담하지 못한다’ ‘늦추지 않고’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미리 준비를 못한 결과다” “실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화와 접촉을 않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의 ‘준비를 못한’ ‘접촉을 않겠다’ 역시 ‘준비하지 못한’ ‘접촉을 하지 않겠다’로 고쳐야 완전하고 세련된 문장이 된다.

“그는 사업에 실패한 뒤 건강을 염려하는 주위의 충고에도 아랑곳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에서 ‘아랑곳 않고’는 ‘아랑곳하다’가 하나의 단어이므로 ‘아랑곳하지 않고’로 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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