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나이 안먹는 배역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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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드라마는 15년째 방송중인데 탤런트들의 극중 나이는 그대로다.그런가 하면 중학생 드라마의 주인공이 고교생으로 커버리는 바람에 주인공을 다시 중학생 신인으로 교체할지,아니면 드라마 자체를 고교생 드라마로 바꿀지 제작진이 골머리를 앓 기도 한다.
TV단막극의 숙명(?)인「리얼타임 딜레마」가 드라마 제작진의골칫거리로 등장한 것이다.
24일로 7백회를 맞는 MBC 장수단막극 『전원일기』는 영숙.영남등 아역탤런트들의 「성장」과 할머니(정애란).아버지(최불암).어머니(김혜자)등 나이든 배역들의 「노화정지」가 대조를 보이는 「리얼타임 딜레마」의 대표적 케이스.드라마 초기인 80년대 초중반 갓난아기로 나왔던 아이들은 육체적 성장을 그대로 극속에 반영,현재 국민학생들로 출연하는 반면 할머니등 나이든 배역들은 팔순및 50~60대에서 더이상 나이를 먹지 않고 있다.이 때문에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할 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되잖았느냐』『극중 청년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청년들이냐』는 짓궂은질문도 들어온다고 한다.
MBC중학생 성장드라마 『사춘기』는 93년 시작당시 중학2년생이던 정준을 주인공으로 2년동안 그의 성장에 맞춰 극을 진행했으나 정이 올 2월 중학교를 졸업함에 따라 더이상 중학생역으로 출연이 불가능해졌음에도 선뜻 교체여부를 확정짓 지 못하고 있다. 중학생 드라마라는 원래 성격을 유지하자니 정을 퇴진시켜야 하나 드라마 인기의 견인차인 정을 내보내기 아까워 고민하던제작진은 고육지책으로 중.고생들에게 정의 퇴진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하기까지 했다.또 의사지망생의 성장드라마인 『종합병원』은 통상 1년이 임기인 칩(오욱철)의 인기가 높자 그를 레지던트 3년차로 설정,올 한해 더 드라마에 머물 근거를 마련했다.칩은 레지던트 4년차가 1년간 맡는 것이 통례나 『종합병원』은 오욱철을 계속 출연시키기 위해 굳이 칩을 3년차로 낮춰 얘기를 꾸려왔다.
「리얼타임 딜레마」에 대해 작가등 제작진은 『모순된 현상은 틀림없으나 재미와 인기를 의식해야 하는 드라마만의 고유한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전원일기』를 10년간 집필했던 작가 김정수씨는 『「리얼타임 딜레마」를 해소하고자 『전원일기』에서 할머니를 치매증에 걸리게 해 사망을 암시하는 내용을 쓴 적도 있으나 시청자의 항의가 빗발쳐 포기했다』고 토로했다.그는 『결국 시청자가 사랑하는 캐릭터는 시청자의 의견을 존중해 극중나이와 관계없이 드라마에 남겨야 한 다고 본다』고 말했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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