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립大 지방공립화 개혁案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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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립대를 지방공립대로 전환한다는 교육개혁안은 재정적 측면에서볼 때 우리교육이 처한 어려움과 고민을 보여준다.나라의 살림을맡고 있는 정부 부처는 한정된 재원을 적절하게 배분해야하기 때문에 돈을 써야하는 문제에 대해서는「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한다.이 점에서 이번 교육개혁안의 배경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정부 일반회계 예산의 25%(95년예산)를 교육을 위해서 쓰는 처지에서도 정부는 교육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이 수준에서 GNP에 대한 교육비규모는 3.7%정도인데 대통령의 교육공약인 GNP대비 5%를 98년까지 확보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따라서 이번 교육개혁안은 간단히 요약하자면 교육투자는 확대하되 그 부담(負擔)의 책임은 분담하자는 것이다.이러한 생각에서 국립대학의 운영주체를 중앙정부 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여 공립대학(公立大學)으로 하고 인건비는 중앙정부가 부담하더라도 운영비는 지방에서 부담하자는 것이다.또한 대학의 형편이 어렵고 정부의 재정보조도 크게 늘릴 수 없기 때문에「기부금 입학제」도 허용하자는 것이다 .
교육개혁에 대한「발상의 전환」이나「경제논리」라는 참신해 보이는 의미가 동원되고 있으나 실상은 교육비 부담의 고통을 분담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이것이 교육을 운영하는 현실(現實)이다.돈을 더 내놓으라고 보채기보다는 교육에 관련된 모두가 부담의 어려움을 나누어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이 점에서 지방정부(地方政府)의 교육책임을 거론할 때가 왔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가면서 교육에 대한 지방의 책임을 증대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그러나 지방정부가 대학의 운영을 책임지기 보다는 먼저,초.중등교육에 재정부담의 책임을 져야 한다.그 다음 그 지역의 대학발전(大學發展) 을 위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지방자치단체가 국민학교나 중.고등학교를 지을 학교부지만 확보해 주어도 1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이 문제는 정부부처간 행정조정(行政調整)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부처 이기주의 의 벽을 힘없는 교육부가 넘지 못하고 있다.정부(政府)는 먼저 이 일을 해 주어야 한다. 대학도 이미 긴장하고 있으나 스스로 발전과 경쟁의 흐름속에서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정부는 대학교육(大學敎育)에 약 1조5천6백70억원(95년 예산)을 쓴다.이중 사립대학에 1천6백60억원 정도를 지원한다.국립대학의 인건비.운영비에 9천8백1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중등교육을 위한 부담액은 7천2백50억원에 불과하다.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전에는 큰 실효(實效)를기대하기 어렵다.오히려 학교부지 확보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것이다. 그러나 대학도 스스로 운영효율화(運營效率化)와 함께 지방의 지원을 받도록 분발해야 할 것이다.이번 개혁안은 그 방안 내용보다도 방향과 과제에 대해 분명한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서울도 서울시립대학을 운영하고 있고,인천도 인천시립대학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이러한 방향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지방의 역할과 책임은 강조돼야 한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싸구려 교육」속에서도 경제발전을 담당해 온 인력(人力)을 양성해 왔다.70년대 한국경제성장을 위해 뛰어온 인력은 50년대의 천막교실.콩나물교실에서 이부제(二部制)수업으로 교육받은 세대들이다.
이제 교육은 한 단계 높은 수준인 質의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정부는 싸구려의 효율(效率)을 정도(正道)로 보지 말고 사교육비(私敎育費)를 흡수하고 교육에 대한 국민부담을 늘려서라도 교육을 개혁하는 원칙을 찾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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