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길이있다] 성장호르몬 주사부터 찾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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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의원을 방문한 김석호(초등 6년. 남)군. 초등학교 입학 당시에는 제법 큰 키였는데 지금은 반에서 가장 작다. 내원 당시 키가 141㎝, 체중은 35㎏으로 마른 체형이었다. 1년에 겨우 4㎝밖엔 크질 않은 것이다. 병원에 가서 성장판 검사와 성장호르몬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석호 어머니의 소원은 밥 한 그릇 다 먹이는 것. 밥 때가 되면 아이와 전쟁을 벌인다. 억지로 먹이면 화장실에 가서 토해버리기 일쑤다. 외식이라도 하면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 먹는다. 그나마 조금 과하다 싶으면 이내 설사를 한다. 게다가 우유만 먹으면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가야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성격도 예민해 짜증을 부리고, 집중력도 떨어져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다고 했다.

 검사 결과 김군은 단백질이 부족하고 무기질 역시 미달이었다. 영양실조로 인한 성장 장애였다. 비위허약(脾胃虛弱)과 대장허한증(大腸虛寒證)으로 판단이 됐다. 소화기 계통의 장기들이 허약해 입맛이 없고, 먹으려고 해도 속에서 받아주지 못했다.

 김군에게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한약 처방인 건중탕을 위주로 성장치료 처방을 했다. 1개월 정도 지나자 점차 먹는 양도 늘고, 우유를 먹어도 설사하는 것이 없어졌다. 꾸준히 6개월가량 치료한 후엔 예전과 달리 건강해졌다. 키가 145.5㎝에 몸무게 39㎏으로 양호한 상태로 변한 것이다.

 김군과 같이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생겨 잘 크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실제 본원의 13개 네트워크 지점에서 2007년 1월부터 10월까지 방문한 초진환자 1931명(남 781, 여 1150)을 조사한 결과, 식욕부진·소화불량·만성설사와 같은 소화기허약증을 동반한 아이가 621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소화를 담당하는 내부 장기들이 허약하면 음식을 먹기 힘들고, 먹어도 흡수도 잘 안 돼 몸은 영양이 부족한 상태가 된다. 그 결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낮아지는 것이다.

 조사 결과 성장을 방해하는 원인질환으로 알레르기 비염이나 잦은 감기가 15.5%, 불안·강박감·수면장애와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10.9%나 차지했다. 특히 비만이면서 성장이 더딘 아이들은 살이 빠지면서 키는 크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이상 치료를 한 아이들을 분석했더니 IGF-1이라는 성장호르몬이 약 20%이상 증가했다. 키도 월평균 0.7㎝씩 자라 전년도에 비해 상당히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IGF-1은 성장호르몬의 일종으로 세포 증식과 분화에 관여해 골격성장과 발육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성장이 더딘 아이들에게 성장호르몬을 맞게 하는 것보다 먼저 원인 질환을 찾아내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박승만 하이키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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