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경제학>에어로빅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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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의 TV에서도 에어로빅 프로그램이 있다.날씬한 여성들이 나와 아주 야한 율동을 보여준다.한국이나 미국 TV가 보여주는내용에 비하면 그렇게 야하다 할 것도 없으나 베이징(北京)시민들의 눈에는 대단한 호기심을 줄만큼 섹시하게 느 껴지는 모양이다. 중국의 방송이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시작한건 경제적 개방 조치가 확대된 90년 전후다.처음에는 타이즈 차림의 여성이 나왔다가 얼마후 수영복으로 옷차림이 바뀌었고 다시 정숙한 유니폼으로 달라졌다.
89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아침 TV에서 본 에어로빅은졸리울 정도로 재미가 없었다.트레이닝 복장의 여성이 지나치게 느린 동작으로 시연(試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정도나마 여성의 미용을 위한 생활체조가 영상(映像)매체를 탈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페레스트로이카(개방)덕이었다.사회주의 국가의 폐쇄적인 경제체제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면 예외없이 性상품이 수입된다.에어로빅 프로그램도 性상품의 하나다.늘씬한 몸매 가꾸기란 부르주아 층의 은밀 하고도 호사스러운 일로 여겼다.북한의 국가체육위원회가 지난 93년11월 에어로빅을 도입하고 15개의 율동적인 체조운동을 보급하고 있다.그러나 아직TV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70년대 중반 도입된 우리나라의 에어로빅은 현재 동호인이 7백여만명에 이를만큼 널리 보급됐다.수도권의 어지간한 동네에도 에어로빅 센터가 들어섰으며 하다못해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도 자리잡고 있다.엄청난 스포츠 산업이다.이곳을 이용하 는 동호인의태반이 여성이다.구멍가게 아주머니들도 손님이 뜸한 시간을 이용해 리듬체조 대열에 끼는 모습을 볼수 있다.
연령의 신화(神話)는 냉혹하다.40세를 넘으면 인생의 본무대(本舞臺)에서 내려간다는 서글픔이 여성들을 헬스센터로 몰고 있다. 남성의 중년기는 출세가도를 걷는 인생의 최성기(最盛期)다.남성의 얼굴 주름이나 히끗히끗한 머리는 인생의 경륜을 돋보이게 하나 여성의 주름은 가치하락(價値下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어느정도 살림이 넉넉해지면 여성들의 미적(美的)본 능은 더욱 강해진다.자본주의.사회주의 사회 가릴 것없이 그같은 현상은동시에 나타난다.개인소득이 높아질수록 스포츠 소비문화의 규모도더욱 커지고 있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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