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명제실시의 주사위는 던져 졌으나 이를 주워담는 방법론을 제시하는데 있어 부처간 이견으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홍재형(洪在馨)부총리는 지난주 경제장관회의에서 『명의신탁 부동산의 실명화 과정에서 다른 개별법상의 허가를 필요로 할 경우 반드시 이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될 경우 명의신탁 형식을 빌어 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거래허가구역안의 농지.임야등을 사둔 외지인들은 사실상 실명전환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해진다.토지거래허가기준을 규정한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 4는 「허가구역안에 거주하는 자」 에 한해 허가를 내주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재경원(財經院)은 이에 대안으로 차명(借名)상태에서의 부동산 매각을 허용한다는 방안을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제도적으로 매입이 가능한 현지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사둔 농지나 임야를 다시 매입할 여력이 없는 반면 살 능력이 있는 외지인들은 허가를 받을 수 없어 차명매각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또 문제가 된 농지와 택지를 팔려해도사려는 사람이 없어 팔지 못할 때는 농어촌진흥공사나 관할 시.
군.구에 토지의 매수를 요청할 수 있는 현행 「매수청구권」행사를 실명전환대상 토지에도 적용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가격절충의 어려움등을 감안할 때 이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이같은 논란은 부동산실명제 실시에 앞서 실명전환 절차상 의 문제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실명제 실시의 대원칙을 「과거 묻기」보다 「명의신탁의 양성화」에 둔다고 하면서 정작 중요한 양성화 방법에 대한 검토를소홀히 한 것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국토이용관리법 제21조의 3은 허가구역안에서 땅을 사고 팔 때는 관할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은 효력을 인정하지않고 있다.
과거 이 규정을 빠져 나가기 위한 편법으로 「제소전 화해(提訴前 和解)」(땅을 산 사람을 채권자,판 사람을 채무자로 위장해 채권자가 빚에 대한 청산을 요구하는 형식으로 판결을 통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법)라는 편법■ 성행 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이 방법이 투기수단으로 악용되자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을 개정,허가구역안에서는 「판결(제소전 화해)에 의한 소유권이전」(부동산등기법 제40조3항)을 금지하고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등기이전이 가능하도록 규정(부동 산등기 특별조치법 제5조1항)했다.따라서 실명등기법상에 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삽입하지 않는한 허가구역내 외지인의 농지.임야는 실명으로의 등기이전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과거를 불문에 부치고 명의신탁을 모두 양성화해주지않고는 완전한 실명제 실시가 불가능하고 그러자니 경제정의를 실현하고자 시행키로 한 실명제가 탈세.탈법행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돼 도리어 경제정의에 역행하는 명분의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실명제 실시의 방법론에서 심각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법론에 대한 검토가 빈약했다는 증거는 재경원이 지난 9일 배포한 실명제 실시에 관한 발표자료에서도 나타난다.이 자료에 따르면 「새 법 시행이후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금지돼 법률적 효력이 무효화되며 무효화의 구체적 효과는 사안별로 법원의 판결에의해 정해질 것」이라 명시하고 있다.
즉 실명으로 전환하려면 「명의신탁해지(解止)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결을 일일이 받아야 한다는것이다.실명전환에 따른 부담을 법원에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그러나 2만~10만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 되고 있는 명의신탁 부동산을 유예기간인 1년안에 판결을 통해 실명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李光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