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대 지원학생 허실-安京煥교수 면접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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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똑똑하기로 따져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서울대 법대 지원자 가운데 할아버지.할머니 이름은 물론 부모의 생신조차 제대로 모르는수험생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치러진 서울대 면접고사에서 법대 지원자 1백10명을 면접한 안경환(安京煥.법학과)교수는 예상문제(?)에 들어 있지않은 수험생 부모의 생신,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물었다.
단순하고 싱겁기조차 한 질문이었지만 입시공부에만 매달려 온 대다수 수험생들로서는 대답하기가 만만치 않아 당황해 했다.
아버지나 어머니의 생신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는 3명중 1명 꼴에 불과했고 부모 생신에 선물해본 수험생은 10명중 1명이 채 안됐다.
또 할아버지 이름을 아는 수험생은 절반에도 못미쳤고 할머니 이름을 아는 수험생은 「가뭄에 콩나듯」할 정도였다.조상 제사에참여한다는 수험생도 거의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부유한 가정,서울 출신 수험생일수록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87년 면접 때부터 해마다 수험생에게 똑같은 질문을 해온 安교수는 『부모의 생신이나 조부모의 이름을 모르는 수험생들이 갈수록 늘어나 안타깝다』며 『자녀를 공부만 잘 하는 「시험선수」로 키우고 공동체.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 를 가르치는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安교수는 또 『훌륭한 법대생,나아가 존경받는 법조인은 똑똑하고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전인적 인간이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이같은 질문을 해 그결과를 면접성적에 반영했다』며 『면접점수가 당락 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수험생들의 어이없는 실상을 볼수록 마음만 상해 내년부터는 이런 질문을 그만두겠다』며 씁쓸해 했다.
〈金南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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