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피플] “인문교양서 기획, 시장 개척 자신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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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문 분야를 망라해서 교양주의적 책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장기적 안목에서 기획해 보고 싶었습니다”
 
출판기획집단 ‘문사철’ 의 강응천(45) 대표는 목소리는 얼굴 윤곽선만큼이나 또렷하다. 20년 가까이 한 출판사에 매이지 않고 출판동네 일을 해온 그로서는 큰 소리를 칠 근거가 충분하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국제문화’란 기획사에서 출판계에 발을 디뎠다. 전공을 살려 주로 역사학 서적의 번역· 기획 일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사신문』(전 3권), 『한국생활사박물관』(전 12권) 등 굵직한 기획물이 그의 손을 거쳤다. 출간 당시 각종 출판상을 받거나 독자들의 호응도 꾸준한 수작(秀作)들이다.
 
“몇 년에 걸쳐 학자·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필자들과 일을 하다 보니 이들을 잘 엮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에 아예 사무실을 차렸다. 강 대표를 포함해 도서평론가 이권우, 시인 원재훈, 철학자 강신주 등 상근기획위원만 4명이다. 기획 아이템에 따라 참여하는 필자들은 열 손가락을 훌쩍 넘어선다. 출판기획사로서는 드물게 인문분야에 주력하는 ‘문사철’은 거대 자본의 목소리가 커지고 번역서가 판치는 우리 출판계의 ‘실험’이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과는 평범치 않다. 지난해 선보인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식의 사슬’시리즈 첫 권 『국사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 지구적 시각에서 통사적으로 우리 역사를 보려 한 것이 맞아 떨어진 것 같습니다.”
 
‘문사철’은 기획위원들이 매주 한두 차례 ‘방담’을 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을 구체화해 간단다. 벌써 『근현대사 신문』(가제·사계절), 『글로벌 한국사』(가제·풀빛)는 얼개가 잡혔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찬반토론을 엮은 시리즈도 구상 중이다.

“인문학이 위기라지만 인문교양서를 꾸준히 찾는 독자들이 있고, 청소년 교양물도 시장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단지 얼마나 긴 호흡을 가지고 국내서를 기획할 수 있느냐가 열쇠죠.”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이다.

“자리를 잡으면 숨어있는 필자들도 개발하고 싶다”는 그의 희망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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