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제자리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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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며칠전 어떤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듣고 오랜만에전에없던 충격을 받았다.충격이 커서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분통터질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요즈음 그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케 했다.
한때 재야(在野)의 투사였던 그는 현직보다 더 높은 자리를 마다하고 다시 재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그가 더 돋보인다.벼슬자리를 버리는 것이 물론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그결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어떤 자리든 원래 차지하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높은 자리일수록 더욱 그렇다.권력이나 재력은 잡았다하면 놓기 힘든 위력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벼슬자리를 버리기는 커녕 더 차지하지 못해 안달한다.그 사람도 똑같은 사람인데 자리의 위력을 결코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알면서도 사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도량이다.
제자리를 「찾는 것」과 「차지하는 것」은 그 의미 부터 다르다.제자리 찾기보다 자리다툼에 눈먼 정치인들,봉사보다 호사에 눈밝은 공무원이 많은 죽은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초개같이 버리는사람이 몇이나 될까.
높은 것이 낮은 것보다 좋고,있는 것이 없는 것 보다 좋은 것은 분명하다.그러나 좋은 것이 다 가치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좋은 것이 가치 있는 일보다 우선일 수 없다.좋은 것은 나빠질 수 있지만 가치있는 일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 다.요즘들어나는 「제자리 찾기」란 말을 자주 되씹어본다.제자리는 자기 자리이므로 자신이 찾아야 한다.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다 제자리를 제대로 찾지못한 탓일 것이다.오늘 새삼,재야로 돌아가겠다는 고위직 공무원의 그 말이 옛선인들이 초야로 돌아가겠다는 말처럼 들리는것은 웬일일까.흰 무명옷 입던 배달겨레의 자손들이 왜 이모양 이꼴이 됐는지,이러고서도 대한(大韓)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할 수 있을는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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