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의 결단-JP 버틸 명분없다 自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 특유의 휘몰아치기가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청와대는 13일 김종필(金鍾泌)대표의 저항문제에 대해 더이상의 언급을 하려하지 않았다.『金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일축했다.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은『전당대회 준비는 당이 알아서 할 것』이라며『더 이상 여기(청와대)에서 말이 나올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청와대의 입장 조정이나 金대표와의 대화는 필요없다는 의미였다.
청와대의 태도는 확고했다.金대통령이 할 얘기는 이미 지난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모두 전달했으며 이제 金대표의 입장표명만남았다는 자세였다.
金대표가 여러가지 말로 반발을 계속하는데도 청와대가 낙관론을견지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金대표가 13일 2선퇴진 수용 의사를 확인함으로써 낙관론의 근거가 밝혀진 셈이다.
청와대가『金대통령의 스타일상 할 말을 안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라거나『더 이상 타협이나 설득을 위한 회동은 없을 것』이라고 한 얘기의 배경에는 이런 뒷얘기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金대통령과 金대표의 회동에서 이미 결론이 났던 것이다.
남은 문제는 金대표를 2선으로 후퇴시키면서 어떤 방법으로 예우하느냐하는 것이다.보다 중요한 것은 대표위원제를 폐지하는 대신 신설될 당의장같은 자리에 金대통령이 누구를 지명하느냐하는 문제다. 이는 민자당의 미묘한 계파 갈등이나 중진들간의 세(勢)다툼과 연계돼있어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일단 金대통령은 전당대회에서 계파가 무의미해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 고위관계자는『전당대회가 모든 것을 용해하는 용광로가 될 것』이라며『단순히 당내 잔치나 당의 단합을 과시하는 수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金대표 2선 후퇴의 시나리오는 이미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완성돼있었다.시기 선택만을 남겨두고 있었다는 얘기다.이 시나리오는 金대통령이 11월중순「세계화 장기국상」을 밝히면서 발동을걸었다.세계화라는 큰 틀 속에서 정부조직개편이 있었고 연말 개각과 청와대 직제개편이 이루어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金대표가 그무렵 대세를 읽고 물러날 뜻을 밝혔으면 가장 모양이 좋았을 것』이라면서 『金대통령은 金대표가스스로 그런 뜻을 표명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金대통령이 민주계 최형우(崔炯佑)의원의「JP 퇴진론」 발언에 대해 크게 노한 것도 바로「천기누설」이란 죄목이었다.
金대통령은 이후 金대표와의 주례회동을 하지 않고 20여일을 지내다 결국 간접적인 통보보다는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청와대가 JP로부터 백기항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金대표에게는 버틸 명분이 없다」는 자신감이었다.당의개혁과 세계화를 위해 당의 모습을 일신해야 한다는 논리앞에『나는 세계화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데 金대표의 저항의 수위는 이미 한계가 정해져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金대표는 당내에 勢가 없다.金대통령이 민자당 대표시절민정계와 6共정권에 항전할 때에는 국민들 사이에『그래도 양金씨중 한 사람이 정권을 한 번은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었다.그래서 당시의「세대 교체론」에 맞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金대표가 처한 상황과의 차이점을 청와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또 몇 안되는 공화계조차도 金대표의 과거 행태때문에 따르기를주저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JP가 3선개헌 반대등에서 결정적 순간에 주저앉았기 때문에 당시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치명상을 입었던 정치역정이 金대표를 외롭게 만드는 것이다 .
정면대결에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金대통령이다.결국 이런 金대통령의 대세 휘몰아치기에 명분도,힘도 없는 金대표는 굴복했다.
이제 金대통령에게 남은 과제는 金대표를 2선으로 물러나게 한 당의 세계화라는 명분에 걸맞은 인물을 선택하는 것 이다.
〈金斗宇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