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대표 逆風 비키며 입조심-예상외 강력반발에 與圈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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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당의 세계화」논의 과정에서 표출된 김종필(金鍾泌)민자당대표의 명예퇴진론에 대해 金대표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그의 거취가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다.청와대와 민주계는 이에 대해 극도로 말조심하면서 金대표의 후속 행동과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결국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金대표의 회동에서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생각들이다.
○…청와대는 金대표의 반발에 반응을 일절 보이려 하지 않는다.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논평은 물론 사견(私見)도 얘기하려 하지 않는다.섣불리 말을 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진 분위기다.
한 고위관계자는『그런 얘기를 왜 청와대에 묻느냐』면서『어떻게할지는 金대통령과 金대표만이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또『민자당에서 온갖 논의가 벌어지고,당의 세계화에 대한 공론화 작업도 이미 시작됐으니 당분간 지켜볼 뿐』이라고 밝 혔다.
청와대가 개입된 인상을 줄까봐 극히 몸조심하는 태도다.자칫 金대통령에게 화살이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金대표의 위상과 관련된 모든 논의는 청와대와 무관하다는 점을 보이기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당 대표를 내쫓는 것이 세계화냐』라든가,『나가라고 해도 이유없인 못나간다』고 한 金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확한 심중을 파악하느라 부심하고 있으며 여론이 金대표에 대한 동정론으로 돌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 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랜기간 金대표의 퇴진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해오면서 이런 상황을 상정하지 못했을 리는 없지만 정치란 생물과 같아서「도상(圖上)연습」만으로는 정치판의 복잡한 변수를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더구나 金대표가「얼굴없는」관계자들의 자신에 대한 흠집내기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오기 시작함으로써 이것이 金대통령의 이미지에 타격이 될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金대통령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나지않고 있다.따라서 이 문제는 金대통령과 金대표의 담판에서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그때까지 청와대 관계자들의 침묵은 계속될 전망이다.
○…민자당 당직자들도 역시 입을 꽉 다물고 있다.입을 섣불리열면 설화(舌禍)를 입기 십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같다.특히 金대표측으로부터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는 민주계 당직자들은 더 조심하고 있다.
문정수(文正秀)사무총장은『나는 대표 말씀에 이러쿵 저러쿵 할수 있는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그는『두분(金대통령과 金대표)사이에 충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기자들의 질문공세에더이상 응하지 않았다.강삼재(姜三載)기조실장, 백남치(白南治)정조실장도 마찬가지였다.『그런 얘기는 묻지 말아달라』며 숫제 호소조로 나왔다.
민주계 당직자들은 그러나 얼굴로 말했다.당황한 기색,찡그린듯한 굳은 인상에서 속마음이 노출됐다.당직자와는 달리 언행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민주계 의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金대표가 지난7일 69세 생일을 전후해 공화계 의원을 비롯한 지인(知人)들과 여러차례 만나 세(勢)를 과시하는 한편 특유의 화법으로 자신에 대한 동정여론을 형성하더니 드디어 반격에 나섰다』고 해석했다.그는 『金대표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강력 반발함에 따라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됐고 잡음소지도 한층 커졌다』고 걱정했다.또다른 민주계 의원은『공론화를 통해 金대표 퇴진 분위기를 형성해보려는 전략이 金대표측 선공으로 실패했다』며『이번엔 우리 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대통령이 직접 나서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이렇듯 민주계는 이제 金대통령과 金대표의 담판을 통한 문제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당내 최대 계보인 민정계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金대표에 대한「얼굴없는 공세」가 졸렬하다고 비판해온 쪽은『JP의 반발은 당연하고 민주계로선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며 내심 고소해하는 입장이다.
반면 金대표 명예퇴진에 뜻을 같이하는 층은 민주계처럼 예상밖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이다.이들은 그러면서도『성미가 급하고 서툰사람 몇몇이 쓸데없이 金대표를 자극해 일이 복잡하게 됐다』며 일부 민주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金斗宇.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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