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국 향한 ‘지상 최대의 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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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同一個世界 同一個夢想, One World One Dream)’.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이다. “중국의 5000년 문화를 세계인과 공유하며, 세계인과 손잡고 밝은 미래를 건설하자”는 뜻이 담겼다는 게 류치(劉淇) 베이징올림픽위원회 주석의 설명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문화대국을 향한 중국의 열정이 짙게 뿜어져 나오는 한판 무대가 될 전망이다.

우선 올림픽 기간 베이징으로 쏠릴 수십 억 지구촌 이웃의 시선을 겨냥해 베이징의 문화력을 단단히 무장하고 있다. 박물관 건립 열기가 바로 그것이다. 역대 제왕묘 박물관과 과거(科擧) 편액 박물관 등 중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줄 박물관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베이징시 문물국 수샤오펑(舒小峰) 부국장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두 곳에 불과했던 베이징 내 박물관이 최근 140여 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상당수가 올림픽을 유치한 이후 지어진 것이다. 지난 한 해엔 거의 한 달에 하나꼴로 새 박물관이 선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9월엔 축구장 네 개 크기의 세계 최대 공연장인 ‘국가 대극원’이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서쪽에 들어섰다. 올림픽 유치 이후 지난 6년간 30억 위안(약 3600억원)을 쏟아 부어 만든 대극원은 문화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때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무참히 약탈당해 중국 근대사의 치욕을 간직하고 있던 원명원(圓明園)에 대한 복구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올림픽 기간엔 베이징의 상징인 자금성의 오문(午門)을 무대로, 중국을 주요 배경으로 한 대형 뮤지컬 ‘투란도트’를 공연해 중국과 세계 문화의 조화를 꾀할 예정이다. 한국인 공연기획가 배경환씨는 “올림픽과 자금성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공연 입장수익 전액을 유엔에 평화기금으로 기탁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화대국을 향한 중국의 열정은 중국어 교육 전진기지인 공자학원 건설에서 가장 빛을 발하고 있다. 2004년 11월 서울에 첫 공자학원을 세운 중국은 지금까지 3년여 동안 64개국에 210개 소를 설립하고 세계에 ‘중국어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벨로루시에 설립된 공자학원은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할 자국 선수와 심판을 상대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가르치기에 분주하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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