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原電기술수출국으로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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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원자력발전 기술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최근 터키 최초의 원자력발전소가 될 아쿠유(Akkuyu)원전건설을 위한 종합기술 자문용역 국제입찰에서 세계의 18개 유명업체를 따돌리고 자문용역권을 따냄으로써 이를입증했다.
이번 종합기술 자문용역 입찰은 명목상 35만달러(약 2억8천만원)짜리이나 우리나라 기술인들에게 지급될 현지 체재비등 인건비를 포함한 실제 자문용역비는 1백30만달러(약 10억4천만원)규모. 터키정부는 앞으로 건설할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형과 발전용량등의 기본설계결정을 위한 모든 기술자문을 한국원자력연구소에 일임하게 된다.뿐만 아니라 원자로 공급업체 선정등 핵심부분을 포함해 장기 원전개발계획및 원자력산업 발전계획에도 직 접적인 기술자문 역할을 담당하게 됐다.
원자로 제작에 있어서는 한국중공업이 한국표준형 원자로 제작기술을 가지고 있어 이 기종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대건설및 현대엔지니어링社가 전체적인 건설및 시공분야의 기술지원에 참여하게 된다.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 91년 중국의 大亞灣원전 1,2호기 가동전 검사기술지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중국.미국.터키에 성공적으로 원자력 기술수출을 이루게 된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연구소에 비파괴 공동사업으로30만달러규모,전력연구소에 원전안전성 평가종합전산작업에 15만달러규모의 기술수출로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까지 원전기술을 수출하는 발판을 구축했다.
터키의 앙카라에서 열린 이번 입찰에서는 미국의 벡텔.서전트 앤드 런디.에바스코,프랑스 전력공사,캐나다의 온타리오,영국 국영원자력공사,스위스의 코렝코등 세계의 원전기술을 주도하고 있는업체들이 대거 참여했었다.
원자력연구소의 김화섭(金和燮)원전사업센터장은 『터키정부가 이처럼 선진국들을 제치고 우리나라 기술을 도입키로 한 것은 우리나라만이 경수로(PWR)형은 물론 중수로(CANDU)형의 원전설계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경수로형은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쓰며 연쇄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조건을 만들어주는 감속재로 경수를 사용하는 원자로이고 중수로형은 천연우라늄 연료에 경수대신 중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각각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건설돼 가동중이거나 현재 건설중인 원자로중 월성(月城)1,2,3,4호기는 중수로형이고 고리(古里)의 4기를 비롯해 울진(蔚珍).영광(靈光)등의 원자로는 경수로형이다.특히 1백만㎾용량의 울진 3,4호기는 우리기술로 개발한 한국표준형 원자로다. 반면 현재 미국은 경수로형만을,캐나다는 중수로형만을 개발해 사용중이며 이 국가들의 원자로형은 발전용량이 1백40만㎾급 이상으로 터키정부가 계획중인 것보다 너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세계 30여개국의 원자력발전 국가중 한국만이 지난 10년간 원자력발전의 자체기술을 개발한 유일한 국가라는 평가가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터키정부는 우리나라를 성공적인 모델로 삼아 한국표준형원자로에 대한 설계기술 개발과정을 그대로 연수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李起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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